국내 약학대학과 바이오업체 등 일부 시험기관이 카피약(복제 의약품)의 약효에 대한 시험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카피약과 오리지널약의 약효가 동일하다는 것을 시험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기관 35곳 중 11개 주요 기관을 선정,101개 품목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4개 기관이 실시한 10개 카피약의 시험결과가 조작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제약업체들이 카피약의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실제 사람에게 약을 투여,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를 입증하는 것을 말한다.
카피약 약효실험 조작 파문..성균관대 약대 등 적발


<> 4개 기관 10개 품목 조작 확인

이번 조사에서 조작을 시인한 시험기관은 랩프런티어,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성균관대 약대,바이오코아 등 4곳이다.

이들이 시험결과를 조작한 카피약은 동아제약 '포사네트정',코오롱제약 '코오롱알렌드론산정10㎎',영일약품공업 '카베론정25㎎',메디카코리아 '플루겐정',환인제약 '아렌드정70㎎',영풍제약 '이트라녹스캡슐',하원제약 '브로틴캡슐',신일제약 '뉴펜틴캡슐',대우약품 '카드린엑스엘서방정',삼천당제약 '세프디르캡슐' 등 10개다.

식약청은 또 랩프런티어,바이오코아,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바이오메디앙,전남대 약대,충남대 약대,아이바이오팜,경희대 약대,중앙대 약대가 시험한 33개 품목에 대해서도 조작 혐의를 포착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품목의 경우 시험자료와 식약청에 제출한 자료가 일치하지 않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조작은 주로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데이터를 임의로 고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한 의약품에 대해 실시했던 시험자료를 그대로 다른 품목에 중복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조작기관 수사의뢰

식약청은 조작된 시험자료로 허가를 받은 카피약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판매와 대체 조제를 금지토록 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도 즉각 회수해 폐기토록 조치했다.

시험자료를 조작한 기관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문병우 식약청 의약품본부장은 "생동성 시험은 약품의 생리활성도 등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약품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이들 시험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생동성시험기관 지정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민들 충격

일부 의약품의 약효 시험결과가 조작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회사원 정순용씨(33)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약을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해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전체 시험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해 자료를 조작한 곳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주부 김명란씨(36)는 "이번 일을 의약품 관리와 검사에 대한 시스템을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의약산업 전반에 대해 불신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련 제약사들도 일단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시험의뢰 기관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태가 터져 당황스럽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험기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