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수출주도 산업으로 자리잡게 한 데는 정몽구 회장의 남다른 리더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계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25일 검찰 총장에게 제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과 국가 경제발전 기여도를 감안해 정 회장과 현대차 그룹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다.

이번 탄원서는 현대차그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의 구명을 원하는 재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모아 제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계는 탄원서를 통해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 및 고용에서 각각 11% 정도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수출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업종"이라고 설명한 뒤 "현대차는 이처럼 중차대한 자동차 산업에서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대외 신인도에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탄원서는 이어 "최근 외국 유력 언론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 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해외 이미지 하락과 신뢰도 실추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겨우 회복 단계에 있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이에 따라 "한 사람의 세계적 기업인을 키우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고 한 기업인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는 아무나 대신할 수 없다"면서 "우리 경제인들은 (검찰이) 그동안 정몽구 회장이 국내 자동차산업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공로와 업적을 참작해 선처를 베풀어 줄 것을 간곡히 건의 드린다"고 요청했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이날 탄원서와 관련,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경제부총리,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의견을 다각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현대차 관련 외신 보도를 보면 현대차의 어려움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로 번지는 상황에서 총수의 인신 구속은 자칫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또 "지난주 목요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업 전체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께서 '충분히 알고 있으며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일훈·김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