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환경이 여의치 않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통화절상을 촉구한 선진 7개국(G7) 성명서가 나오자 달러 약세가 한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루면서 원·달러 환율이 950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통화당국의 시장개입 등의 영향으로 25일 환율은 반등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부분의 기업에 환율 하락은 곧 수익악화를 뜻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이익이 7000억~8000억원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도 기업 및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4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배럴 당 67.4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1분기 실질 무역손실액이 16조3879억원에 달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NI)도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더 이상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간경제연구소마다 환율과 유가 전망을 묻는 기업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니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연 평균 환율을 960원에서 20원가량 낮추기로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환율 전망을 수정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그만큼 경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불확실성은 커졌다.

하지만 기업들과는 달리 정부의 반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정부는 거시 변수가 계속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세웠던 경제운용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민간연구소들이 경기회복세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고 예상하는데도 재정경제부만이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심리에 좌우되는 경제이고 보면 재경부의 '신중한 모습'에 토를 달 수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볼 때는 한가한 경제정책이요 믿음이 가지 않는 정부다.

상황이 나빠질수록 유연하고 세심한 지표관리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익원 경제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