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에 경영 공백까지 오면 끝장이다.'

정몽구 회장 등 현대차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방향 결정을 하루 앞둔 25일 국내 재계는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사법처리 수위를 높일 경우 현대차 그룹이 회복 불능의 경영공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국가 경제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감내하기 힘든 환율 폭풍

현대차 그룹은 검찰 수사의 후폭풍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환율 폭탄까지 덮치자 "이러다 그룹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원 떨어질 때마다 120억원,기아차는 80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기아차 매출은 2000억원이나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6%에 달하고 부품 국산화율도 90%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환율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평균 환율이 950원을 유지할 경우 올 한햇동안 2조5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 수출 목표를 올초 잡았던 수치보다 각각 3.2%와 10.0%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 언론도 우려의 목소리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 회장 부자의 신병 처리 단계에 이르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일간 신경보는 이날 "현대차 스캔들로 중국의 대리상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부정적 여파가 중국 시장에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수입 대리상은 신경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 로비 사건으로 회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판매량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CNN도 현대차가 세계 7대 자동차 메이커로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글로벌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CNN은 구체적으로 미국 조지아 공장과 체코 공장 건설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고 소개했다.

로이터통신도 현대차가 비자금 수사로 타격받은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마저 하락,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기업 수사 때와는 다르다'

재계는 이번 현대차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경우 과거 다른 대기업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환율 하락 및 유가 상승 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을 뿐더러 현대차 그룹이 국내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았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여파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가 정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정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때 최근의 악화된 경영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며 "그룹 총수가 구속됐던 과거 SK 사태 때와는 달리 최근 경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SK 사태 때는 내수 부문이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는 등 경제 여건이 좋았지만 최근엔 고유가와 환율 급락,내수 침체 등으로 경제 위기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현대차 그룹의 경영구조 특성상 검찰의 강경처리로 경영권 공백이 초래될 경우 그룹이 급속도로 와해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이건호·주용석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