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철화학은 그동안 다소 보수적인 기업이란 회사 이미지를 바꿔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이회림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아들인 이수영 회장은 과감한 사업구조 개혁과 공격적인 경영으로 제2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경영을 준비 중인 동양제철화학의 무기는 바로 '철저한 투명경영'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부단한 자기혁신'이다.

최근 외국의 주요 화학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외국인 이사를 영입하고 있는 것.

우선 동양제철화학은 경영투명성 확보를 회사의 장기발전을 가능케 할 요소로 정했다.

지난해 1월 사내 윤리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임직원 윤리행동준칙'을 제정했다.

이 준칙에는 고객과 주주에 대한 책임과 성실한 의무이행,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수행,회사재산과 정보 보호,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 등을 명시하고 있다.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구매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전자구매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동양제철화학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외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해 선진 수준의 투명경영을 추진 중이다.

올해엔 두 명의 외국인 이사를 추가로 영입,총 11명의 이사 중 3명을 외국인 이사로 채웠다.

회사 관계자는 "투명경영은 글로벌 경쟁에 나서기에 앞서 필수적인 준비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투명경영'이 내실을 다지기 위한 준비라면 'M&A'는 무한성장을 위한 동양제철화학의 전략이다.

사실 동양제철화학은 IMF구제금융 이전인 1995년부터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와중에도 동양제철화학을 견실한 기업으로 유지하게 만든 비결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나 M&A에도 적극적이었다.

1990년 미국의 NACC(North America Chemical Company)에 지분투자를 함으로써 큰 투자수익을 남겼으며 1995년에는 천연소다회 제조업체인 OCI와이오밍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동양제철화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비주력사업을 과감히 청산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미 비주력 품목인 합성소다회,농약,염화제2철,인산칼슘,전자부품사업 등을 과감하게 접었다.

대신 카본블랙,콜타르계 화학제품,과산화수소,과탄산소다 등 신규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런 노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선정한 주력품목 중 하나인 카본블랙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JP모건 계열의 사모펀드(PEF)인 OEP사와 공동으로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제조업체인 컬럼비안케미컬(CCC)을 인수했다.

CCC는 세계 9개국에 12개 공장을 가진 카본블랙 전문 제조업체로 케봇(Cabot),데구사(Degussa)에 이어 연산 110만t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는 회사다.

이로써 동양제철화학은 이 분야의 세계 10위 기업에서 2위권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동양제철화학은 올해부터 반도체ㆍLCD 특수가스 제조사인 소디프신소재㈜의 공동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디프신소재㈜는 반도체 및 LCD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모노실란(SiH4),육불화텅스텐(WF6)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이번 소디프신소재와의 공동 경영을 통해 '동양제철화학의 기술력'과 '소디프신소재의 영업·마케팅 노하우'가 접목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큰 고부가가치 사업인 반도체 LCD 등 전자화학 분야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이 같은 투명경영과 M&A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내수 대 수출 비율이 90 대 10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56 대 44로 바뀌었다"며 "지속적인 글로벌 운영을 통해 2010년에는 20 대 80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