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부터 석유화학의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유독 제일모직만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저가 범용제품의 매출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사업전략을 펴온 결과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전자재료의 매출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제일모직은 화학기업에서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실제로 1954년 직물사업으로 삼성그룹을 일으킨 그룹의 모태이지만 10년 단위로 사업구조를 변신시켜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해왔다.

1980년대엔 신사복 및 캐주얼 사업에 진출,패션기업으로 성장했으며 1989년 ABS PS 등 케미칼 소재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화학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제일모직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한 건 1994년.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반도체용 회로보호재 생산을 시작,전자재료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에는 구미에 IT생산단지를 준공해 2차전지 전해액,전자파차폐재(EMS),반도체 연마제(CMP 슬러리) 등을 양산하면서 전자재료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 놓았다.

또 2003년부터는 구미 의왕 여수 등지에 생산단지를 증설해 반도체 소재에서 디스플레이 소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TFT-LCD 소재인 컬러필러 레지스트(CR)와 도전성접착필름(ACF),도광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 2.0%에 불과하던 전자재료의 매출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3%까지 늘어났으며 올해는 13.3%에 이를 것으로 제일모직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 TV용 광확산판과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연성회로기판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폴리이미드(PI) 필름 등 신규 품목들의 사업화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자재료 분야는 대부분의 화학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판단,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 내 전자 정보통신 관계사들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케미칼부문에서도 제일모직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난연기술 등 신소재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범용제품에서는 기술수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수지인 폴리카보네이트(PC)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또 해외 마케팅 기능을 현지화하고 지역별 생산거점을 확보해 화학사업에서 글로벌 체제를 구축했다.

여전히 30%대의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사업도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는 분야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골프웨어인 아스트라,여성복 엘르 등 경쟁력 없는 브랜드는 아예 철수하고 빈폴 갤럭시 등 몇개의 주력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제품 혁신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프로세스도 혁신하는 3P(People Process Product)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초 취임한 제진훈 사장의 지휘 아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한편 도요타의 단납기시스템(JIT)을 도입,재고를 없애는 등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가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 같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성장엔진 사업(반도체소재,디스플레이소재,광학필름,특수수지,건축 자재,패션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2008년 매출 4조원,경상이익 5000억원의 경영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매출액 2조6298억원 △영업이익 1926억원 △경상이익 2003억원 △당기순이익 1514억원을 기록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