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조직'을 잠재웠다.

25일 실시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내 기반이 강한 '터줏대감' 맹형규 홍준표 후보를 물리치면서 '오풍(吳風)'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오 후보는 다음 달 2일 경선을 치르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이계안 후보 중 승자와 본선에서 맞붙게 됐다.

○승리 요인은

이날 오 후보의 승리 요인은 일반 국민의 높은 지지도가 첫 번째로 꼽힌다. 그의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바탕이 됐다. 경선은 일반 여론조사 20%와 국민참여 선거인단 30%,대의원 선거인단 20%,당원 선거인단 30%의 비율로 반영됐다.

오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343표를 얻어 맹 후보(1443표)에게 100표 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65.05%를 차지,17.03%에 그친 맹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는 바람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율이 다른 지역의 경우 5%에 불과했던 데 비해 서울시장 경선에선 30%에 육박한 것도 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 후보는 경선 기간 맹.홍 두 후보에게 선점당한 '당심'을 뚫지 못해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당원.대의원 중 30%가량으로 추정되는 부동층 일부가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두 번의 대선 패배라는 뼈아픈 교훈도 당원.대의원에게 '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주자'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역학관계는

오 후보가 선출됨으로써 당내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오 후보는 소장파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경선에 나섰다. 오 후보의 선출은 소장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소장파가 당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며 7월 전당대회 때 젊은 대표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 주자와의 관계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서울시장 경선에 대해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은 중립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후보가 확정됐기 때문에 사정은 달라진다. 서울시장이 대선가도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세 주자는 오 후보의 본선 승리를 위해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 후보는 박 대표와 각을 세우는 사이가 아니지만 그를 지지한 소장파가 박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다.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박 대표의 대선가도에 유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시장은 소장파와의 관계에서 박 대표보다 나쁘지 않다. 오 후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