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20년간 지켜주셨던 분들인데..."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대한양궁협회가 뒤숭숭하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양궁협회 명예회장이고 정의선 사장은 현직 회장이다.

'한국 양궁의 대부'로 불릴 만큼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정 명예회장은 정몽준 전 회장(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부터 경기단체를 넘겨받아 1985년 회장으로 추대, 1999년까지 네 차례 회장을 지낸 뒤 현재까지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아시아양궁연맹(AAF)회장, 1993년부터 1999년까지 국제양궁연맹(FITA) 부회장을 각각 지내기도 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5월 9대 양궁협회장에 피선돼 아버지의 업적을 물려받았고 지난 해 11월10일 인도 뉴델리 총회에서 AAF회장으로 선출돼 차기 FITA 회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한국 양궁을 20년간 이끌어온 이들 부자의 `위기'에 양궁협회 임직원들과 선수들은 좌불안석이다.

명예훼손도 그렇지만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기단체장직이 박탈된다.

양궁협회는 올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 중 인데다 2년 앞으로 다가온 2008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베이징에 베이스캠프까지 차려둔 상태.
그러나 최근 선수들의 훈련은 물론 협회 직원들의 행정사무도 일손이 잡히지 않고 있다.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이사는 26일 "그 분들은 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20년간 지켜주신 분들"이라면서 "기업을 하시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검찰이 법에 따라 판단을 할 일이지만, 양궁 및 체육계에 공헌한 공적이 커 이를 꼭 참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궁협회는 지난 25일 대검찰청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날 김진호 윤미진, 박경모, 장용호, 임동현 등 10여명의 역대 메달리스트들도 대검을 방문, 선처를 재차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