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수놓아요…반딧불이 로맨스 ‥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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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는 칠흑 같은 어둠 속,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밀림으로 초대받은 인디아나 존스가 된 듯한 흥미진진함을 느낄 새도 잠시. 곧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수㎞에 달하는 반딧불이떼의 등장은 난생 처음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착각이 들 만큼 신비롭다.
실수로 터뜨린 플래시에 한 무리의 반딧불이가 날아오르자 빛의 행렬이 춤추듯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깊기만 한 정글 속에 누가 저토록 눈부신 빛을 달아 놓았을까.
길고 고단한 생의 한가운데 별이 숲으로 내려와 수놓아진 듯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매일 밤 수천만마리의 반딧불이가 똑같은 주기로 반짝인다는 트렝가누주의 반딧불이 체험은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인도양과 남지나해 사이라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예부터 동서양의 무역상인과 여행자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돼 왔다.
만나기만 한 게 아니라 통째 차지하려는 나라가 많아 식민지의 역사가 길다. 포르투갈,네덜란드,마지막에는 영국의 손에 넘어가 통치당하다가 200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0주년을 맞는 말레이시아는 2007년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전국 구석구석을 새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진흙이 만나는 곳'이란 뜻을 가진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중엽까지 정글에 뒤덮여 있었는데 주석을 채굴하기 위해 이주해 온 중국인들이 켈랑강을 따라 작은 취락을 이뤄 도시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마천루와 밀림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수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시내로 나서니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88층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KLCC)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두 개의 동 중 하나는 한국인이 직접 건설했다는 KLCC를 코앞에서 보니 모국의 기술력과 열정에 어깨가 올라간다.
향신료 냄새에 이끌려 말라카로 이동해 본다. 말레이시아 최대 항구 도시이자 관광지인 이 지역은 특히 향신료가 풍부해 식민지 쟁탈사의 주 무대가 된 곳으로 문화의 용광로로 불린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포르투갈 후손들의 정취와 중국 이민족인 '페라나칸'의 생활풍습이 배어 있어 '바바뇨냐 박물관' 등 독특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하지만 '파모사 요새'와 지붕이 통째 날아가 벽만 남은 '세인트 폴 성당',손목이 잘려 나간 '프란체스카 사비에르' 신부의 동상 앞에서는 우리네 역사만큼이나 사연 많은 그네들의 상흔을 느낄 수 있다.
파항주의 주도인 콴탄으로 이동,금빛으로 빛나는 돔 사원과 처녀림의 진수를 느껴본다. 콴탄의 자랑거리이자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맹그로브' 수풀의 열대정글 탐험은 그곳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보안림으로 지정돼 전략적으로 보존되는 지역인 이곳에는 지금도 원시문화를 보유하고 나체로 살아가는 원주민이 30여 종족에 이른다고 한다. 가끔 그들이 외출을 나온다는 안내인의 귀띔에 괜스레 주위를 살펴본다.
시내에서 벗어나 값싼 과일이 즐비한 전통시장을 돌아보자니 사람 머리보다 큰 코코넛과 망고가 곳곳에서 한바구니 넣어 가라고 유혹한다.
1000원에 6개를 덥석 안겨주시는 인심 후한 망고장수 아주머니의 웃음이 수줍다.
정교한 문양과 섬세한 염색 기법이 돋보이는 바틱 공예는 팔색조 같은 말레이시아인의 문화만큼이나 수려해 몇 번이나 걸쳐보고 싶게 만든다.
남국의 나라에 왔으니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마법사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처럼 생긴 팜나무 행렬을 병품 삼아 체러팅 해변에 누워본다.
울창한 열대정글 속에 위치한 체러팅은 문명을 떠나온 듯 한적하기만 하고 모래사장은 광활하다.
태초의 파란 색으로 유혹하는 남지나해의 일몰을 보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파우더를 곱게 빻아 풀어 놓은 듯한 해변을 유유자적 걸어 본다.
젤리를 밟는 것처럼 발끝이 말랑말랑하다.
뉘엿뉘엿 퇴근해 들어가는 태양 아래 물보라 곁에서 장난치는 어머니와 밤톨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코코넛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기분까지 달콤하고 따사롭다.
한번 씹어보면 절대로 그맛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과일의 황제 두리안처럼 달콤쌉싸름한 멋이 느껴지니는 나라,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전혜숙 기자 hayonwy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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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적도 바로 북단의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13개의 주와 두 개의 연방정부로 구성돼 있다.
연중에 걸쳐 온난, 다습하며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
공용어는 말레이어이며 이슬람이 공식 국교이나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나라답게 불교와 힌두교, 기독교 등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30 정도 걸리며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화폐단위는 링깃이며 1링깃이 350원 정도 한다.
38개의 섬이 해양공원으로 선포돼 있을 정도로 천혜자원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는 야자수를 가득 품은 마천루, 고무농장, 이슬람 사원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밀림으로 초대받은 인디아나 존스가 된 듯한 흥미진진함을 느낄 새도 잠시. 곧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수㎞에 달하는 반딧불이떼의 등장은 난생 처음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착각이 들 만큼 신비롭다.
실수로 터뜨린 플래시에 한 무리의 반딧불이가 날아오르자 빛의 행렬이 춤추듯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깊기만 한 정글 속에 누가 저토록 눈부신 빛을 달아 놓았을까.
길고 고단한 생의 한가운데 별이 숲으로 내려와 수놓아진 듯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매일 밤 수천만마리의 반딧불이가 똑같은 주기로 반짝인다는 트렝가누주의 반딧불이 체험은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인도양과 남지나해 사이라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예부터 동서양의 무역상인과 여행자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돼 왔다.
만나기만 한 게 아니라 통째 차지하려는 나라가 많아 식민지의 역사가 길다. 포르투갈,네덜란드,마지막에는 영국의 손에 넘어가 통치당하다가 200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0주년을 맞는 말레이시아는 2007년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전국 구석구석을 새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진흙이 만나는 곳'이란 뜻을 가진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19세기 중엽까지 정글에 뒤덮여 있었는데 주석을 채굴하기 위해 이주해 온 중국인들이 켈랑강을 따라 작은 취락을 이뤄 도시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마천루와 밀림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수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시내로 나서니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88층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KLCC)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두 개의 동 중 하나는 한국인이 직접 건설했다는 KLCC를 코앞에서 보니 모국의 기술력과 열정에 어깨가 올라간다.
향신료 냄새에 이끌려 말라카로 이동해 본다. 말레이시아 최대 항구 도시이자 관광지인 이 지역은 특히 향신료가 풍부해 식민지 쟁탈사의 주 무대가 된 곳으로 문화의 용광로로 불린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포르투갈 후손들의 정취와 중국 이민족인 '페라나칸'의 생활풍습이 배어 있어 '바바뇨냐 박물관' 등 독특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하지만 '파모사 요새'와 지붕이 통째 날아가 벽만 남은 '세인트 폴 성당',손목이 잘려 나간 '프란체스카 사비에르' 신부의 동상 앞에서는 우리네 역사만큼이나 사연 많은 그네들의 상흔을 느낄 수 있다.
파항주의 주도인 콴탄으로 이동,금빛으로 빛나는 돔 사원과 처녀림의 진수를 느껴본다. 콴탄의 자랑거리이자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맹그로브' 수풀의 열대정글 탐험은 그곳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보안림으로 지정돼 전략적으로 보존되는 지역인 이곳에는 지금도 원시문화를 보유하고 나체로 살아가는 원주민이 30여 종족에 이른다고 한다. 가끔 그들이 외출을 나온다는 안내인의 귀띔에 괜스레 주위를 살펴본다.
시내에서 벗어나 값싼 과일이 즐비한 전통시장을 돌아보자니 사람 머리보다 큰 코코넛과 망고가 곳곳에서 한바구니 넣어 가라고 유혹한다.
1000원에 6개를 덥석 안겨주시는 인심 후한 망고장수 아주머니의 웃음이 수줍다.
정교한 문양과 섬세한 염색 기법이 돋보이는 바틱 공예는 팔색조 같은 말레이시아인의 문화만큼이나 수려해 몇 번이나 걸쳐보고 싶게 만든다.
남국의 나라에 왔으니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마법사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처럼 생긴 팜나무 행렬을 병품 삼아 체러팅 해변에 누워본다.
울창한 열대정글 속에 위치한 체러팅은 문명을 떠나온 듯 한적하기만 하고 모래사장은 광활하다.
태초의 파란 색으로 유혹하는 남지나해의 일몰을 보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파우더를 곱게 빻아 풀어 놓은 듯한 해변을 유유자적 걸어 본다.
젤리를 밟는 것처럼 발끝이 말랑말랑하다.
뉘엿뉘엿 퇴근해 들어가는 태양 아래 물보라 곁에서 장난치는 어머니와 밤톨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코코넛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기분까지 달콤하고 따사롭다.
한번 씹어보면 절대로 그맛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과일의 황제 두리안처럼 달콤쌉싸름한 멋이 느껴지니는 나라,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전혜숙 기자 hayonwy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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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적도 바로 북단의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13개의 주와 두 개의 연방정부로 구성돼 있다.
연중에 걸쳐 온난, 다습하며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
공용어는 말레이어이며 이슬람이 공식 국교이나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나라답게 불교와 힌두교, 기독교 등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30 정도 걸리며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화폐단위는 링깃이며 1링깃이 350원 정도 한다.
38개의 섬이 해양공원으로 선포돼 있을 정도로 천혜자원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는 야자수를 가득 품은 마천루, 고무농장, 이슬람 사원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