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압구정동 '진주네' 실내 포장마차는 한 달 순이익만 5000만원 가까이 내는 로데오 거리의 명물이다.

사장은 30대 초반의 전직 개그우먼 이건애씨(31·여).

예명 '진주'로 잘 알려진 이 사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인기와 인맥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승부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새 인기 연예인들이 로데오 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열었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그만둔 사례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고객 수준이 높은 압구정동에서는 연예인이라는 프리미엄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결국 승부는 맛과 서비스에서 납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식업 창업을 마음 먹고 난 이후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한식 중식은 물론 이탈리아와 스페인 음식 등 네 가지나 된다.

"세계화 영향으로 음식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퓨전화되는 추세여서 외식업을 하려면 주인이 다양한 요리를 섭렵해야한다고 생각했지요."

진주네 해물계란찜,닭똥집 마늘양념 등 그가 직접 개발한 메뉴가 10여개에 이른다.

주방일을 익힌 이 사장은 서비스업 관련 서적을 탐독해 직원 관리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의 노하우를 익혔다.

"종업원들에게 한 번 온 손님의 얼굴은 반드시 기억하라고 당부합니다.

손님이 다시 찾았을 때 직원이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면 또 한 명의 단골을 확보하는 셈이죠."

이 사장은 매일 가게에 나와 식재료 상태를 확인한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는 얼마 전 문을 연 2호점에,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1호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사장은 안양예고 1학년 시절인 1992년 SBS 개국 특채 개그우먼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고3때 이미 드라마 공룡선생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을 정도로 다름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개그인생을 살려던 그는 1998년 식당사업을 벌이다 어려움을 겪고있는 선배를 돕기 위해 '도우미'로 나섰다가 인생전환을 하게 된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전화로 장소를 물어볼 만큼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었지만 제가 참여하면서 가게가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덕분에 장사에 소질이 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게 됐죠."

이를 계기로 그를 영업사장으로 고용하겠다는 업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선배 점포를 일으켜세운 다음 그는 월급 500만원에 매달 순이익의 30%를 갖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청담동 대형 실내 포장마차에 스카우트되어 '도우미사장'으로 일했다.

"청담동 식당도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내 가게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2002년 방송활동을 중단한 그는 청담동에서 자신의 예명을 내건 '진주 다이다이'라는 실내 포장마차를 냈다.

"창업자금은 보증금 5000만원을 포함해 700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원래 퓨전 레스토랑이 있었던 자리라 운좋게도 인테리어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죠."

이 역시 창업 2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고 그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도전하게 된다.

"월세가 너무 비싸 겁나기도 했지만 '한국 최고 포장마차'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선 이 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도전의식이 생기더군요."

그의 사업신조는 '절대 무리는 하지 않는 것'이다.

로데오 진출도 오래 전에 마음먹었지만 월세가 싼 곳을 찾기 위해 기다린 끝에 2004년 12월 장사가 안돼 값싸게 나온 자리를 물려받는 식으로 조용히 진출했다.

"월세가 1000만원 가까이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이긴 하지만 그 이상 이익을 올릴 수 있기에 잘한 선택인 셈이죠.

앞으로 2년 내에 홍대나 강남역 근처에도 분점을 낼 계획입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신사동에 '진주네 밥도둑과 웰빙'이라는 2호점까지 내며 사업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단골손님인 박정홍 ㈜사람과미래 회장(41)은 "어떤 일이 있어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장에게 손님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한때 인기인이었다는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현장에 몸을 던져 일하는 이 사장을 보면 젊은 나이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