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요리전문점 '강포복집'

복어하면 으레 등장하는 문구가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말했다는 '죽음과 맞바꿀만한 맛'이다.

복어요리 맛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느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복어회는 다른 회보다 쫄깃함이 좀 더한 수준이고,복지리나 복매운탕은 속풀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보통이다.

봄철이 되면 임진강으로 황복을 먹으러 떠났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복어요리의 진수를 맛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골들이 식당의 존재가 알려질까봐 입을 닫아걸고 있는 복어전문점 '강포복집'을 찾아보자.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사거리에 위치한 강포복집은 30년 넘게 복어 도매를 하고 있는 주인이 1년 전 문을 열었다.

'복어 도매를 하고 있으니 좋은 재료를 사용하겠다'고 말을 건네니 "그렇게 말하면 다른 복집에서 좋아하겠어요.

똑같은 복어 씁니다" 하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곳은 주로 '살아 있는 참복'을 사용한다.

회뿐만 아니라 각종 구이 탕에도 모두 활참복이 들어간다.

모양을 달리하는 각각의 접시에서 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미나리와 복껍질을 버무린 무침이 쫄깃한 맛과 상큼함으로 입맛을 확 살려준다.

혀끝은 정직한 것이라서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수 있다.

회는 쫀득쫀득한 맛이 훌륭하다.

유자즙으로 만든 소스와 잘 어울린다.

복어 회를 노란 배추속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파 등을 얹어 한 입에 먹도록 한 쌈도 눈길을 끈다.

살아 있는 참복을 화로에 구워 내주는 '화로소금구이'가 압권이다.

회로 먹기에도 아까운 참복을 구워먹는다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 맛 만큼은 천하일미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는데 달착지근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죽음과 맛바꿀만한 맛'임을 절감케 한다.

특이하게 화로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

일본숯을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연기가 나지 않아 자칫 복어를 태울 수 있으니 적당할 때 뒤집어줘야 한다.

입에 넣자마자 봄눈녹 듯 사라져버리는 곤이(이리)구이도 놓치면 안 된다.

복어튀김도 복어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복초밥도 나온다.

코스요리의 마지막은 돌솥에 끓이는 지리다.

우려낸 국물 맛이 일품이다.

내용물 중에는 쫄깃하게 씹히는 '일본 모치'도 들어 있고 해초로 만든 당면 사리까지 넣어 식탐을 자극한다.

계란을 풀고 김가루를 뿌린 죽까지 먹으면 포만감에 몸이 무거워진다.

코스요리는 1인분에 13만원으로 비싼지만 제값을 톡톡히 한다.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버무린 복불고기 역시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뛰어나다.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맞은편에 똑같은 상호의 '강포복집'은 바깥주인이 하고,논현점은 안주인이 맡아서 하고 있다.

논현점 (02)566-3396,영등포점 (02)2632-4454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