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짜리 소규모 공장들 사이로 군데군데 눈에 띄는 빈 건물들.유리창은 깨어진 채 방치돼 있고 건물 벽은 창문에서 흘러내린 녹물로 얼룩져 있다.

닫혀진 문에는 '공장 매각'이라는 붉은 글씨의 전단지가 바람에 찢긴 채 간신히 붙어 있다.

금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국내 귀금속가공산업의 거점이라는 익산 귀금속보석공업단지는 이렇게 쇠락해가고 있었다.

입주 업체들이 하나 둘 저임금을 찾아 중국 등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퇴색한 보석단지 명성

익산공단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이병훈 대광주얼리 차장은 취재 요청이 못내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요즘 업황을 묻자 "전성기 때에 비해 근로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현재 이 회사에 남아 있는 인원은 약 30명.그나마 대광주얼리는 공단 내에서는 큰 업체에 속한다.

익산시청이 발간한 '귀금속 보석산업 총람 2005'에 따르면 공단 내 업체 중 80%가 근로자 10명 이하다.

익산단지가 한창일 때는 102개 업체에 35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했다.

현재는 80개 업체에 870명이 일하고 있다.

보원산업 우성주얼리 등 공단을 대표했던 업체들은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베트남 필리핀 터키 등지로 떠난 지 오래다.

수입 원석을 가공한 뒤 수출하던 이들 업체는 현재 국내 공장에서는 중국에서 가공해 들여온 보석에 '물리기(보석 끼우기)' 등 마무리 작업만 하고 있다.

◆익산시의 부활 노력

익산시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150억원을 들여 '귀금속보석산업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호남고속도로 익산IC 부근의 보석박물관을 중심으로 대규모 보석 판매센터와 2만6000평 규모의 신규 보석공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익산의 귀금속산업이 쇠락한 것은 업체의 영세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익산공단 내 대부분의 업체는 여전히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나 디자인실을 갖고 있는 업체는 3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바이어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주문받아 생산하는 데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생산 방식이 앞으로 3년 내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성 데코산업 상무는 "업체 고유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육성하고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익산단지가 옛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