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학 CJ홈쇼핑 대표(52)는 유통·마케팅분야 경력이 별로 없다.

삼성물산 해외 지사장과 인터넷사업 본부장,그룹 비서실을 거친 그는 전형적인 기획·전략가형 CEO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 근무 시절 온라인 유통 초창기에 전자상거래 사업 기획을 맡는 등 녹록지 않은 관록을 쌓았다.

삼성물산의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를 이끈 공로로 2001년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스타리더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e-비즈니스 1세대'로서 임 대표의 기획력은 2002년 CJ홈쇼핑 영업2본부장(전무)으로 발탁되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인터넷,TV 등 그가 맡은 사업부문마다 주목할 만한 실적을 낸 것.2003년에는 당시 업계의 숙원사업이던 중국 진출을 총괄 지휘,합작법인 설립을 성사시켰다.

10여년 해외지사 근무 경험 및 그의 탁월한 전략으로 중국이란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임 대표는 "홈쇼핑업은 과거 데이터 분석에 의존하기보다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의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게 힘든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신유통분야 CEO의 자질로 '상상력'을 꼽는다.

하지만 CEO의 잘못된 상상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는 이를 경계해 한가지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려고 애쓴다.

"10년을 상상하고 3년을 기획하면 크게 실패할 사업은 없다"는 것.임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800여명의 임직원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 직원들의 의견(상상)을 경청하기 위해서다.

5~10명 단위의 미팅에서 "업(業)의 본질이 뭐냐""앞으로 뭘 갖고 돈을 벌 수 있느냐" 등 그가 던진 화두를 놓고 깊이있는 토론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임 대표는 "홈쇼핑 등 무점포 유통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은 인프라 코스트 절감 등의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무점포 유통은 한국이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