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카리스마 경영'의 대명사로 통하는 정몽구 회장(68)이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글로벌 톱5'의 목표를 눈앞에 두고 구속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인생 역정에서 가장 '잔인한 4월'을 겪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의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정 회장은 1969년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들어간 뒤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에 올라 경영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경영수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1978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돼 75일간 구금되는 첫 아픔을 겪었다.

2004년에는 대선자금 수사로 위기를 맞을 뻔 했다.

이런 시련과 역경에도 정 회장은 1999년 1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불도저식 경영을 진두지휘,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2001년 이후 5년 만에 258만대였던 자동차 생산대수를 355만대로 늘려 세계 7위 업체로 급성장했다.

정 회장의 공언대로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경영 성과는 해외에서 더욱 찬사를 받았다.

미국 비즈니스위크지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해 정 회장을 각각 '올해 최고의 CEO'와 '2005년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의 CEO'로 뽑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몇 년 전만 해도 토크쇼의 웃음거리였던 현대차가 정 회장의 품질경영 이후 세계 자동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극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의 성공 비결을 정몽구 회장의 철저한 현장경영으로 꼽고 현대차의 성장신화를 기적(a miracle)으로까지 묘사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내부를 살펴볼만한 여유가 없었던 게 화근이 돼 최대 시련을 맞게 됐다.

한때 '정 회장 불구속,정의선 사장 구속' 의견이 나돌았지만 정 회장은 "모든 것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