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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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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 서강대 명예교수 >

    판ㆍ검사 시험에 합격하자 온 동네가 경사 났다.

    의사 시험에 붙었더니 아내가 반색했다.

    최종학위를 취득하자 당사자만 남몰래 웃었다.

    오래전에 분명 교수들이 지어낸 농담일 테지만 세상인심을 잘 집어냈다.

    이상의 먹물들은 한번 시험합격을 평생밑천으로 삼고 남들은 무지렁이로 보는 속물근성이 있다.

    그러나 사회가 번영하려면 대다수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각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한 기업인과 근면한 근로자들이 의기투합해 기량을 발휘해야 경제가 잘 굴러간다.

    기업인은 자본만 대고 근로자는 단순 노동 투입하던 시대는 지났다.

    둘 다 머리를 쥐어짜야 생존하는 지식정보사회가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통과의례 같은 한 차례 자격시험에 적합한 머리가 아니라 시장경쟁에서 항시적으로 이길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 내는 머리다. 시장의 수급상황은 변화무쌍하다.

    내일을 내다보고 오늘 상품을 설계하는 데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 리스크 부담은 고객이나 근로자가 아니라 고스란히 기업인의 몫이다.

    하나의 성공기업인의 양지 뒤에는 수많은 실패기업인들의 그늘이 있다.

    광복과 동란으로 얼룩진 황무지에 정부주도형 개발이 경제 지평을 바꿨고, 환란을 겪고도 몇 개의 글로벌 기업이 고개를 곧추 들었다. 초기에 저리자금,시장보호,정부보조 등을 밑거름으로 포스코는 세계일류의 철강기업으로 뻗어났다. 민간부문에서도 전문가 다수의 회의적 진단을 뒤엎고 반도체,휴대폰 등 국제시장에 한국 브랜드 가치를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시킨 '삼성'이 있다.

    화폐 뒷면 거북선 도안으로 설득해 종자돈을 얻어내 조선업을 일으키는 등 수많은 일화를 남긴 '현대'가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거대이익은 이 같은 초기 모험의 이연(移延)된 성공보수인 셈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손실부담은 모두 창업자들의 몫이었을 테다.

    미래 불확실,국내외 경쟁기업뿐만 아니라 예측불가능한 정부규제와 법집행도 국내기업인에게 때론 무모한 도전정신을 요청했다. 주춤거리는 참모에게 "해봤어?"라고 정주영 회장의 일갈이 떨어지곤 했다.

    서산 물막이공사가 그러했듯이 실제 해보지 않고서 성패를 지레 짐작 말라는 뜻이다.

    아마도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표면적인 조세납부에 추가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느라 은밀하게 바치고 뜯기고를 "해봤어"가 내포했을 것이다.

    후계 다툼 이후 자동차 계열을 넘겨받은 MK가 뚝심으로 품질을 개선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갔다.

    미국 중국 인도 등지에 현지공장을 세워 세계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꿔 놓을 문턱에 액운이 닥쳤다.

    준조세 자금 마련이 문제된 모양이다.

    우리 사회의 기업인에 대한 신상필벌은 기이하게 작용한다.

    얼마전 이건희 회장이 사직의 불림을 받으면서 8000억 원을 공익사업에 기부했다.

    이번에는 MK가 불리기 전에 미리 알아서 1조원 상당의 주식을 바쳐 속죄했다.

    둘 다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적 기업인데도 말이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없는 사람 구속을 해야 하는가?

    삼성전자에 밀리던 소니 등 일본 기업이 반격에 나섰고,엊그제 미국법원은 특허권 분쟁에 자국기업 편을 들었다.

    현대에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던 일본과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금번 사태로 현대의 기업 이미지가 구겨짐을 절호의 만회기회로 삼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자격시험 치고 "따봤어?",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일을 "해봤어?" , 두 가지 유형 이외에 제3의 유형이 득세하고 있다.

    학창시절 운동권에 있다가 법망에 얽혀 속칭 별 딴 경험 있는 또 다른 "따봤어?" 유형이다.

    이들의 사회적 기여에는 특색이 있다.

    소극적 동태적 응징적으로 갈린다.

    이들 세가지 유형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사회가 발전한다.

    "해봤어?" 유형은 가끔 무리수를 두지만 이들이 있음에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

    "해봤어?" 사직당국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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