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수사하는 대형 사건에서 수사팀 의견이란 원천적으로 없다. 검찰총장이 사실상 주임 검사로 사건을 직접 지휘하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7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룸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밝히면서 수사팀 입장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수사팀과 지휘부 간 갈등설이 불거지자 이를 서둘러 진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구속영장 청구대상이 정 회장이냐 아니면 정의선 사장이냐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검찰은 이날 오후 2시에 발표하기로 했던 방침을 변경,오전 11시15분에 사법처리 대상을 공개했다.

그렇지만 정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 결정을 둘러싼 검찰의 행보가 영 석연치 않다.

검찰은 그동안 정 회장의 혐의가 무거운 편이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는 암시를 해 왔다.

고위 간부들도 나라 경제를 고려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

검찰총장이 26일 출근하면서 "하루종일 고민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수사팀과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을 불구속하면 더 이상 기업 비리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압박이 검찰 고위층에 가해졌다.

수사팀의 뜻이 수용되지 않으면 검사들이 집단사퇴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정 총장의 결단에 대해 '장고 끝 악수(惡手)'라는 지적이 많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이 나라는 검찰만의 나라가 아니다.

국가의 장래와 경제를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가 가능한데도 검찰이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냄새가 난다"고 비난했다.

다른 변호사는 "법원도 검찰처럼 조직 보호 차원에서 정 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체면을 세웠는지 모르지만 현대차는 경영공백이란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경제의 손실은 고스란히 검찰의 책임으로 남게 됐다.

김문권 사회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