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EU 출범 이후 유럽의 금융 중심이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할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런던은 국제금융시장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강화 하고 있는데요. 런던 무역관의 임성환 차장과 연결해 런던이 국제금융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한국 금융기업의 진출현황 등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런던의 국제금융산업 현황에 대해 개괄적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역관】일반적으로 세계의 3대 금융시장으로 뉴욕, 동경, 런던을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욕과 동경이 국내시장의 광대한 내부수요에 의존하는 반면 런던은 가장 많은 국제금융서비스고객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금융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명실상부한 국제금융시장의 리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로통화동맹이 발족된 1999년 영국이 파운드화를 고수하였을 때, 과연 ‘유로권의 맹주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금융시장이 유럽 금융의 허브인 런던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가’가 유럽 금융가 최대 화두였습니다. 유로권이 탄생한지 7년이 지난 지금 런던은 국제 금융 중심 및 유럽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실례로 2002년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본부를 설치했던 시티은행도 런던 금융시장의 흡인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듬해 런던으로 이전했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유럽재무본부도 2003년 말을 기점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철수해 런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앵커】 금융 산업의 세부 분야별로 영국이 세계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위치도 달라 보이는데요. 영국의 금융 산업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분야별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한국 금융업계의 런던 진출현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역관】영국의 금융시장은 뱅킹, 주식 및 채권, 외환, 상품, 보험, 헤지 펀드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국제금융상품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난마 같은 시장입니다.

우선 뱅킹산업을 보면 런던에는 HSBC, 바클레이 등 세계 굴지의 은행과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을 위시해 외국계 은행만 400여개가 진출해 있습니다. 이 중에는 한국계 은행으로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제일은행 등 10여개의 은행이 진출해 있습니다. 런던의 뱅킹산업은 영국 GDP의 4.5% 내외를 차지하면서 450,000명 내외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영국의 뱅킹산업은 유럽 전체 뱅킹의 절반 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뱅킹의 절대 강자입니다.



또한, 런던 증권거래소는 해외증권시장의 45% 내외를 점유하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증권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래대금은 7조 달러 내외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절반, 프랑크푸르트 증권시장의 3배 정도 되는 수준입니다. 한국계 증권회사도 현지 진출이 활발한데 굿모닝 신한증권, 대우증권, 동원증권 등 7개의 한국계 증권 현지법인이 한국 증권 브로커 업무, 현지 증권 및 채권 투자업무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금융 산업에서 보험을 빠뜨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자동차 보험에서부터 항공 인공위성 보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요. 매출실적이 연간 약 5,480억 달러로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의 시장으로 직접고용인력만 360,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런던 보험 시장은 재보험, 기업보험 등 국제간 도매 보험시장에 특화된 것으로 유명한데요. 전 세계 항공보험의 31%, 해상보험의 1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삼성화재, 현대화재를 비롯한 6개의 보험회사가 런던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을 상대로 보험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영국의 금융 산업은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이를 활용한 국제금융 조달 등 우리나라 업계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역관】런던이 이렇게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된 배경에 대해,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3L”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즉 ‘세계어가 된 영어 (Language)’, ‘미국과 유사한 법제도 (Law)’, 그리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 (Labor)’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외생적 변수인 3L보다는 영국의 자체적인 노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대처 전 수상 시절인 1979년 외환거래를 완전 자유화하고 ‘86년에는 금융 빅뱅이라는 대개혁 조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영국은 경쟁국에 앞서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금융혁신이 앞서 이루어 졌습니다. 철저한 무한자유경쟁에 기초한 영국금융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와 함께,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점이 바로 런던금융시장이 갖는 최고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하여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본 조달과

자본조달비용 인하가 꼭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금융조달지로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는 런던을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민성재기자 sjm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