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환율 급락과 고유가 때문에 살둥 말둥인데 이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의 대들보를 구속하다니….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생각하지 않은 검찰이 야속할 뿐입니다." (전경련 관계자).

"칠순을 바라보는 노 기업인을 상대로 정말 구속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것인지,수십년에 걸쳐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이 흔들릴 경우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봤는지 묻고 싶다." (A그룹 관계자)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재계는 한 목소리로 안타까움과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표류하게 될 경우 2004년 기준 GDP(국내총생산)의 10.3%를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자동차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올들어 원·달러 환율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인해 흔들리던 현대·기아차에 '총수 부재'란 최악의 상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27일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하필 이런 비상시국에…

재계는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로 추락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로 치솟은 경제 비상시국에 검찰이 국내 2위 그룹 총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경제를 생각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이란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아 '비상경영'까지 선언했던 터였다.

해외판매 비중이 70%를 넘는 현대차의 경우 올해 환율 하락 여파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00억원과 8600억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율 영향이 없거나 엔화 약세의 호기를 맞은 일본 등 해외 경쟁업체들은 현대·기아차가 장악해온 소형차 시장에서 더 싼 제품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현대차 죽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경제의 한 축 붕되되나

재계는 현대차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제 자동차산업은 생산 고용 부가가치창출 조세 등을 통해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기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74조9000억원으로 GDP의 10.3%를 차지한다.

자동차업종에서 거둬들이는 세금도 연간 23조7000억원으로 총세수의 16.9%에 이른다.

물론 국내 자동차 총 생산량의 78%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재계는 또 자동차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고용 및 연관산업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철강 전자 전기 유리 화학 고무 등은 물론 유류업 운수업 금융업까지 거의 모든 산업과 연관돼있다"며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 및 연관산업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이 위축되면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인 대·중소기업 간 상생경영이나 양극화 해소,일자리 창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건호·오상헌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