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현대차로 끝날 것인가.'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끝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재계는 충격 속에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업수사 칼끝이 다음에는 어느 기업으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현대차 다음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거명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2,3세 경영인을 대상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벌인 기업들의 경우 '검찰 차원에서 별도의 수사 리스트가 작성돼 있다'는 루머에 긴장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이 '화이트 칼라형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맞물려 '검찰 공포증'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전례 없이 강경하고도 집요한 태도를 보여 현대차 그룹 전체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거의 없는 고위급 임원들을 긴급 체포한 것이나 사회 각계의 선처 호소를 묵살하면서 기어이 정 회장을 구속한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사상 최대 인원을 투입해 벌였던 압수 수색도 마치 검찰의 힘을 시위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있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를 요절 낸 검찰의 칼끝이 다음에 어디로 향할까를 생각하면 섬뜩하다"고 말했다.

B그룹의 한 임원도 "거의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고압적인 압수 수색과 무차별적인 긴급 체포로 일관한 검찰을 보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포와 전율을 느꼈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는 검찰 수사 등 대외적 환경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요즘 국내 기업들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그룹들은 이번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의 여파가 자사로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현재 총수가 불구속 기소 상태인 한 그룹의 임원은 "검찰이 형평성 논란에 부담을 느껴 다시 강수를 띄우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이번 현대차 사태가 지난달 구속된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곁가지로 불거져나온 점에 비춰볼 때 향후 다른 기업 관련 수사도 엉뚱한 사건을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즉 검찰이나 사정 기관이 기업 관련 수뢰나 배임 사건 등을 초기에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경우처럼 특정 그룹(기업)을 전면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C기업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지나치게 대형 건수 적발 위주의 수사 행태를 보일 경우 어떤 기업인도 발을 뻗고 잘 수 없다"며 "비록 과거에 잘못한 일이라도 사안에 따라 미래지향적으로 덮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대기업들을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나 세금탈루 가능성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일제 조사를 벌인다는 소식도 큰 부담이다.

이들 기관에서 다루는 작은 사안 하나가 자칫 대형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