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먼 길을 마다 않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추기경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진작 와서 축하드렸어야 하는데,너무 늦게 인사드린 점 이해해 주십시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종교 간 화합을 기원하며 손을 맞잡았다.

지관 스님이 불기 2550년 부처님오신날(5월5일)을 앞두고 27일 오후 3시 가톨릭계가 운영하는 국내 입양기관인 서울 성북동의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입양원 마당에서 보육봉사자들과 함께 지관 스님 일행을 맞이한 정 추기경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입양원 시설과 현황을 설명한 뒤 대화를 나눴다.

정 추기경은 먼저 "부처님오신날을 경축드린다.

바쁘신 중에 와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정 추기경은 또 "우리나라는 입양시설이 부족한 데다 민법상으로 국내 입양이 순조롭지 못한 점이 많다"면서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국민의 심성 때문에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우선적으로 입양되고,남아의 입양은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관 스님은 이에 대해 "불교계에는 입양기관이 없는데 (성가정입양원의) 시설도 좋고 경치도 좋아 부러운 생각이 든다"면서 "천주교에서 이런 어려운 일을 맡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가정입양원에 1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앞으로 힘 닿는 대로 많이 돕도록 하겠다"면서 "종교는 달라도 만나보니 정서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환담을 마친 정 추기경과 지관 스님은 입양원 시설을 둘러보며 신생아와 영아들을 안아 보고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아기를 안아보던 지관 스님이 "불교계에도 700여개의 어린이 보육기관이 있는데 여기부터 왔다"고 말하자 정 추기경은 "종교 화합 차원에서 좋은 일 하셨다"고 화답했다.

지관 스님의 요청으로 이뤄진 두 종교 지도자의 만남은 채 10분이 되지 않을 만큼 짧았다.

하지만 종교 간의 화합과 대화를 위한 여운은 길 듯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