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약국에서 하루 평균 31차례나 진료.투약을 받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적발되는 등 의료급여제도를 통하 국고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처럼 이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찰과 투약을 받는 이른바 '의료쇼핑족'을 적발해내기 위해 의료급여일수(의료기관 입.내원 일수와 투약 일수)가 500일이 넘는 28만4000명을 밀착 상담하는 한편 '특별실사대책반'을 구성키로했다. 정부는 의료 오.남용 사례가 적발될 경우 검찰 고발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의료쇼핑' 어느 정도길래

정부는 1977년 의료급여제도를 도입한 후 30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급여지출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의료급여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권자 176만명 중 연간 진료일수가 365일을 넘는 사람은 38만5000명이었다. 4명 중 1명(정확히는 22.3%)은 하루 한 번꼴로 병원·약국에서 입원,진찰,투약을 받았다는 얘기다. 1100일 이상도 2만5000명,5000일 이상자도 19명이나 됐다.

수원에 사는 박 모씨(44)의 경우 병원 근무과정에서 습득한 의료지식을 밑천으로 62개 병원에서 불면증 소화기장애 등 41개 병명으로 3270만원 어치의 진료를 받았다. 연간 의료급여일은 1만1356일. 하루 평균 31차례에 걸쳐 진찰 또는 투약받은 셈이다. 경북에 있는 한 정형외과는 과거 한 번 방문했던 환자의 명의를 도용해 796차례나 진료한 것으로 속이고 2800만원을 지급받았다가 적발됐다.

이런 도덕적 해이 속에 정부 재정은 엉망이 됐다. 2002년 1조9824억원이었던 의료급여 청구액은 3년 만에 3조3128억원으로 67%가 불어났다. 만성적 예산 부족 속에 지난해 정부는 의료기관들에 4256억원을 한 달 반 동안이나 체불하기도 했다.

○어떤 대책 있나

정부는 단기·중장기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의료수급자(의료쇼핑족)와 의료공급자(과잉진료기관)를 집중 단속해 최소 예산의 10%(약 3300억원)를 줄인다는 목표다.

복지부는 우선 급여일수 500일 이상자 23만4000명 가운데 전문 의료쇼핑족으로 의심되는 2만3400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밀착상담을 통해 진료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중 담당자(의료급여관리사)를 234명에서 507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445개 병·의원 및 약국 등에 대해서도 '특별실사대책반'을 가동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자에게 담당 의사를 지정하는 '주치의제도',수급자 1인당 연간 의료 급여비를 제한하는 '인두제',의료기관별 의료급여 청구액 한도를 계약하는 '총액계약제도' 등이 강구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 용어설명 ]

의료급여제=빈곤층의 의료지원을 위해 1977년 도입됐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대부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중 희귀 난치성 질환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종은 근로 무능력자로 100% 정부지원을 받고,2종은 근로능력자로 입원비의 경우 15%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