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선처 탄원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공백이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론'을 외면한 검찰 결정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불구속 수사 원칙'의 적용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정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 수사하고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임직원들의 사법처리 수위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당일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000여억원의 비자금 횡령과 3000여억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정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정 사장은 부자 구속에 따른 부담과 현대차측 경영상 애로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그룹은 공황상태에 빠졌으며,재계는 정 회장의 공백이 현대차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환율 급락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우리 경제가 이번 사태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는 등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재계는 또 검찰 스스로 정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잣대로 전락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도 정 회장이 도주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이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을 계기로 천명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스스로 뒤엎고 기업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도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검찰의 처신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5% 이상이 정 회장의 구속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호·정인설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