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27일 노르웨이계 투자회사인 골라LNG 계열의 제버란 트레이딩 등이 갖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 26.68%를 전격 매입,1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차원이라고 밝힌 반면 현대상선측은 현대중공업이 지분 매입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 얘기가 엇갈려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골라LNG 계열 투자사인 제버란 트레이딩 외 2개사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1900만주(18.43%)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총 3420억원(주당 1만8000원)에 사들였다.

또 현대삼호중공업도 시간외거래로 현대상선 지분 8.25%(850만주)를 매입했다.

제버란 트레이딩은 지난 24일 현대상선 지분 2.18%를 추가 취득,현대엘리베이터(지분율 17.16%)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제버란측은 이번 매각으로 580여억원의 매각 차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2대 주주로 밀렸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 외 우호세력인 케이프포춘 10%,현정은 현대 회장 3.37% 등 현 경영진 우호지분이 30.53%다.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우호 세력인 KCC(6.26%)를 합칠 경우 지분율이 32.9%에 달한다.

여기에 KCC가 현대상선 지분 8.69%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41%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12.79%),현대택배(30.11%),현대아산(40.0%),동해해운(51.0%),해영선박(80.0%),현대유앤아이(22.7%) 등을 가진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현대중공업측은 "최대 고객인 현대상선이 최근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객 확보와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에 125척의 선박을 발주한 최대 고객이다.

반면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이 아무런 사전 협의없이 지분을 매입해 당혹스럽다"며 "현대중공업측에 이사회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사회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현 경영진 우호지분이 40%가 넘어 전문가들도 현대상선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는 현실성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M&A 방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현대중공업그룹측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KCC는 보유 중이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지난 3월 세계 2위 엘리베이터업체인 스위스 쉰들러에 매각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현대증권이 29.8%를 갖고 있으며 우리사주 지분이 12.3%에 달한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