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경영 차질이 '실제 상황'이 되고 있다.

기아차 미국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 착공이 무기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아차의 동남아 CKD(현지 조립생산) 공장 건립 계획이 백지화됐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연일 경영 공백과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내 현대차의 대외 신인도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

특히 공장 설립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체코 총리가 전격 방한키로 하는 등 이번 사태가 해외에까지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 경영 차질 '현실로'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는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태국 등에 CKD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 백지화했다.

검찰 수사로 경영 공백이 빚어진 데다 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까지 청구돼 그룹의 해외 프로젝트가 올스톱된 데 따른 후유증이다.

기아차는 당초 올해 안에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CKD 공장을 착공,2009년까지 연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립한 뒤 이후 생산 규모를 20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연산 30만대 규모로 체코 노소비체에 건설될 유럽 공장은 정 회장이 구속되면 아예 무산될 공산이 크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체코 총리가 공장 건설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월 중 방한키로 하는 등 체코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리 파로우벡 체코 총리는 이날 체코 통신사인 CTK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자금 수사가 체코 공장의 취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 높이는 외신

그동안 팩트(사실) 위주로만 보도했던 일본 언론들이 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현대차 사태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 회장이 구속되면 현대차의 해외 사업이 큰 영향을 받고 관련 자동차 부품 업체도 피해를 입어 업계 전체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몰려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도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전하면서 "경영 공백으로 현대차의 해외 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공백에 실적악화까지

현대차그룹은 경영 공백 장기화로 주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까지 겹쳐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기아차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3859억원과 32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73%에 불과했다.

순이익(383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80%나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대대적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펼쳤지만 고유가와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차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하는 등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