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 최종 인수자로 이랜드그룹이 전격 결정된 데 대해 유통업계는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패션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이랜드가 유통 분야에서 몸집 키우기에 속도를 붙였다는 경계와 함께,신세계·롯데·삼성테스코 등 '할인점 빅3'가 모두 인수 경쟁에서 탈락한 만큼 할인점 업계에 당장의 판도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랜드가 롯데 등 인수 협상의 선발주자들을 제치고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한국까르푸가 제시한 까다로운 부대조건 대부분을 과감하게 수용한 '베팅'의 결과라는 진단이다.

막판 돌발 변수로 불거졌던 분당 야탑점의 경매로 인해 까르푸가 입을 손실 처리를 포함,직원 승계와 인수 자금 유로화 지급 등 거의 모든 조건에서 입장을 조율했다는 것.

막판 포기한 롯데,유통 풀라인업 구축한 이랜드

지난 21일 까르푸의 제안을 받고 롯데가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실사에 나섰을 때만 해도 거의 롯데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까르푸의 알짜 점포인 분당 야탑점의 경매 위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고 까르푸측이 경매로 인한 손실마저 떠넘길 뜻을 굽히지 않자 실사를 중단하는 등 결별의 수순을 밟았다.

이에 까르푸는 신세계 홈플러스와 잇따라 접촉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이랜드그룹과 접촉,극적 타결을 보았다.

이랜드는 지난해 해태유통(현 킴스마트)을 인수하는 등 그동안 백화점(NC백화점) 아울렛(2001아울렛·뉴코아아울렛) 할인점(킴스클럽) 슈퍼마켓(킴스마트)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해 왔다.

이랜드는 까르푸 32개 점포 가운데 기존 점포망과 겹치는 곳이 일부 있지만,기존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재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할인점 판도 변화 안 클 듯

기존 빅3 중심의 할인점 판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간판만 까르푸에서 이랜드로 바꿔달 뿐,리뉴얼링과 조직 개편 등 인수 후 안정을 찾고 공격 경영에 나서기까지는 상당기일이 걸릴 것이므로 당장 기존 빅3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한편 필립 브르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은 이랜드를 매각 대상으로 선정한 데 대해 "인수대금이 얼마냐뿐 아니라 다른 측면도 고려했다"며 "중간에 이랜드가 인수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매장 리모델링 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며 "매각 차익에 대해서는 한국 법과 국제협약에 따라 적법하게 세금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