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영입하라'

최근 증권업계에서 공급 부족으로 애널리스트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산업계 출신 애널리스트 영입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올 들어 2~4년 정도 산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업종사자 4명을 애널리스트로 채용했다.

주인공은 제약담당 이경자(한독 약품 출신).반도체담당 이가근(하이닉스반도체 출신).자동차부품담당 박화진(씨티은행 출신).교육.제지담당 오정일(대교 출신)씨 등이다.

최근 대우증권도 강남차병원 연구소와 외국계 생명과학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주소연 대리를 바이오담당 애널리스트로 영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LG전자에서 3년 간 근무한 유종우씨를 반도체담당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로 스카우트했으며 대신증권은 이례적으로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인 정제영 씨를 증권.보험담당 애널리스트로 영입했다.

앞서 교보증권도 LG화학에서 근무했던 이선근씨를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로 채용했다.

지난해에도 현업 경력자의 애널리스트 변신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신영증권의 유통 및 제약담당 애널리스트인 안지영씨와 권해순씨는 각각 홈쇼핑업체 및 대학병원 약사 출신으로 지난해 애널리스트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정보기술(IT).반도체담당으로 LG필립스LCD 출신인 박찬호 애널리스트를 채용했다.

이외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에서 2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5년째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현업 출신 애널리스트'의 증권가 입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전문 애널리스트 품귀현상 때문이다.

특히 숫자는 제한돼 있는 반면 자산운용사들까지 확보 경쟁에 가세하면서 애널리스트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업체 경력자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그러나 현업 출신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탄탄한 정보력, 남다른 네트워크 등에 강점을 지녀 이들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업계는 전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해당 분야에서 쌓은 경험으로 정보가 많고 감각도 신선하다"며 "몸값에 대한 부담도 적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평소 애널리스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늦은 나이지만 좋아 기회를 만나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체 경력자로 증권가 안착에 성공한 인물로는 두산중공업 출신으로 10년째 조선업종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삼성전자 출 신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인 임홍빈 미래에셋증권 이사가 꼽힌다.

그러나 기업 출신 애널리스트는 금융.증권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재무관련 지식이 적은 데다 이른바 '주식'이나 '시장'관련 마인드를 갖추지 못해 초기 적응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더구나 근무환경이 전혀 다르고 업무 강도가 강해 중도하차한 애널리스트도 있다.

실제 올 초 K증권이 산업계 현장에서 수혈한 Y씨 등 2명의 애널리스트는 반년도 안돼 다시 여의도를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