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삼성역 상권은 크게 지하의 코엑스몰과 지상의 먹자골목으로 양분된다.

10,20대는 지하 코엑스몰에서 먹거리와 놀거리를 충족하고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상은 20대 후반부터 30,40대 직장인들이 이용한다.

이들 대부분은 테헤란 밸리의 벤처,금융,무역 업체에서 일한다.

동보정보기술에 다니는 양주영씨(26·여)는 "낮 12시에는 식당이 너무 복잡해 점심 시간을 30분 앞당겼다"고 전했다.

이곳은 벤처기업 직장인들이 상당수 이용한다는 점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권(한경 4월7일자 '상권 대해부' 참조)과 비슷하지만 씀씀이에서 차이가 있다.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와 달리 삼성역 주변은 금융회사와 외국계 기업도 많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볼 수 있는 4000원짜리 점심 메뉴는 없다.

류상규 파도리횟집 대표에 따르면 이곳 점심 객단가는 5000~6000원 선이다.

그는 "법인카드 사용률이 50% 정도"라며 "회식이나 접대 수요가 제법 있어 저녁 객단가는 최소 1만2000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삼겹살 등 한식이 압도적인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권에 비해 일식집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맥주와 소주를 함께 파는 대중 주점보다 바(bar)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빌딩 이면에서 참숯불구이집을 운영하는 채말녀 사장은 "학교와 교회가 있어 주변 정리가 잘돼 있다"며 "연봉이 높고 바쁜 사람들이라 밤 늦게까지 술 마시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24시간 영업이 별 의미가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송기재 놀부 점포개발과장은 "토요일 매출을 평일과 비교해 보면 놀부보쌈 삼성역점이 30%,구로디지털단지 가맹점이 70% 정도로 나온다"면서 "이는 삼성동에 대기업이 많아 주5일 근무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 달 전까지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던 파도리횟집은 요즘 일요일엔 꼬박꼬박 문을 닫는다.

박향복 남원추어탕 사장도 "매출이 급감해 1년 전부터 직원을 안 쓴다"며 "스스로 서빙하고 딸까지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점심 수요만 보고 문을 열었다가 1년도 안 돼 손을 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주말 하루 20만여명이 몰리는 코엑스몰의 집객 효과도 지상의 가게들과는 '딴 나라 얘기'다.

풍림부동산 홍윤정 부장은 "10,20대가 코엑스몰로 몰려 바깥 상권은 반쪽짜리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과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뒤섞이는 강남역이나 젊은 상주 인구가 많은 압구정동보다 배후 수요가 얕다는 것.아셈타워 공항터미널 인터컨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 등으로 이어지는 '코엑스 벨트'도 자체적인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엄청나지만 상권 확장에는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헤란 밸리 부동산 임재진 부장은 "안팎 유동 인구가 분리되어 있는 한 코엑스 벨트는 상권의 장벽"이라며 "삼성로 주변 상권과 한전 방면을 동서로 막아 상권 배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터미널 맞은편 먹자골목의 한정식집 '풀향기'는 2층 건물을 한옥으로 개조하고 전통 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형금 풀향기 과장은 "저녁 비즈니스 접대가 대부분"이라며 "외국인이 손님의 절반을 차지하는 날이 한 달에 10일은 된다"고 말했다.

객단가는 5만5000원 선.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만든 전단을 인근 외국계 회사와 호텔에 배포하는 등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대치동 우성아파트로 가는 영동대로변은 또 다른 상권이다.

테헤란로 직장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 대로변에는 볼보 BMW 벤츠 포셰 포드 등 수입차 전시장이 줄지어 있다.

전시장 옆 골목에는 고급 일식집이나 레스토랑 등이 제법 문을 열고 있다.

한식당인 채근담의 김정은 매니저는 "대치동뿐만 아니라 압구정동과 분당 등지에서도 찾아온다"며 "상견례나 환갑 등 가족 모임이 많아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손님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출장 왔거나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올려주는 매출도 전체의 15%를 차지,최근 이 가게는 온돌방을 입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영동대로변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이용객과 비교,소득 수준은 비슷하지만 연령대가 높다는 게 특징이다.

바(bar) '필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것은 밸런타인 17년산이나 로열살루트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2층 매장에서는 비즈니스 접대가 주로 이뤄진다.

이상미 매니저는 영동대로변 상권에 대해 "유동 인구는 적은데 임대료가 워낙 비싸 유명세를 타지 않으면 망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