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수원에 사는 주부 김수정씨(44)는 요즘 대형 할인점으로 쇼핑하러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평균 두 차례 쇼핑을 갔는데 올초부터는 일주일에 두번씩으로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김씨가 이처럼 대형 할인점을 자주 찾는 이유는 이곳에 있는 피부관리실에서 저렴한 가격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형 피부관리실이 전국 대형 할인점을 파고들고 있다.

그동안 피부관리실 하면 주로 중·상류층 주부를 대상으로 한 고급 로드숍을 떠올렸던 것이 사실.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등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저가형 피부관리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신규점을 열거나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경우 피부관리실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

실제 까르푸는 전국 32개 점포 중 12곳에 피부관리실이 입점해 있다.

이마트도 전국 79개 점포 가운데 13곳에 피부관리실이 생겼다.

홈플러스는 43곳 매장 중 8곳에,롯데마트는 43곳 가운데 7곳에 들어섰다.

특히 이런 현상은 지방도시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까르푸 방학점의 M피부관리실을 이용하는 주부 박정필씨(53)는 1주일에 한 번씩 딸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쇼핑 전후 딸과 나란히 방문해 은은한 배경음악을 들으며 1시간~1시간30분씩 피부관리를 받는다.

요즘처럼 황사가 심하고 건조한 봄철을 맞아 딸아이는 보습을,박씨는 주름 및 모공관리를 주로 받는다.

비용은 1회당 적게는 4000원에서 최대 2만~3만원 선.고급 개인숍이나 유명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관리실을 이용하려면 1회에 5만~1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박씨는 "약 20만원을 주고 10회 이용권을 끊었는데 장보러 나온 김에 이용하니 너무 편리하다"며 "밤 10시까지 이 지역 주부들로 북적댄다"고 말했다.

M관리실의 경우 입점 1년 만에 10회 이상 이용권을 구매한 회원만 1200명을 넘어섰다.

인근 주택가 30~50대 주부들이 주 고객이다.

피부관리실의 가격은 대개 화장품을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좌우되는데 대형 할인점에 입점한 피부관리실은 중간 유통을 최소화한 국산 화장품을 공급받아 가격을 낮춘다.

대형 할인점은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활용,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도 쓰고 있다.

한 대형할인점의 테넌트(임대관리)팀 관계자는 "입소문이 나면서 할인점 내 피부관리실을 이용하는 쇼핑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형 할인점은 대표적인 지역친화 업종인 만큼 주부들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으면 인근 타 할인점과 경쟁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