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린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가끔 밤에 높은 곳에서 수없이 명멸하는 불빛을 바라보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어떻게 저 수많은 불빛을 밝게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가끔 수많은 자동차 행렬을 바라보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차량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가끔 거리에서 수많은 인파를 쳐다보며 사람 외엔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저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현재 이 나라의 운명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는 철없는 권력자들이 이런 걱정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는지,온갖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우리 기업과 경제의 목을 죄고 있는 수많은 운동단체들이 과연 이런 걱정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지지리도 살아나지 않던 우리 경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고 하는 요즈음 또다시 안팎의 시련에 부딪히고 있다.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5%의 전제조건이던 달러 환율과 유가 수준이 예상을 훨씬 빗나가며 기업들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전제조건이 빗나가면 애당초 목표치는 달성될 수 없는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태평이다.

생산하면 할수록,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업들은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다.

이런 외환(外患)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내우(內憂)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양대 견인차의 하나인 현대자동차 회장이 구속됐다.

그의 구속이 현대자동차의 경영과 국제신인도,그리고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경제정의를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검찰과 영장담당 판사는 말했다.

윤상림게이트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고 넘어가는 그들이 말하는 경제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어떤 교수의 불구속수사에 대해선 말 한마디 않던 그들의 사법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겨우겨우 버텨 가는 자동차산업이 망가지고 하청업체들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난 다음에도 그들이 경제정의를 외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죄가 밝혀지면 벌하되 구태여 구속수사를 할 필요까지 없다는 다수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굳이 구속하고야 마는 그들의 투철한 정의감이 다른 사건에도 공정히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경제정의라는 대의명분 하에서 우리 기업들이 겪는 고초는 그들이 범하는 잘못을 훨씬 넘어서서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사업구상과 추진,기술개발,투자재원 마련,해외판매처 확보에 쓸 시간도 모자라는 판에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고발,정부 규제,이기적 노조와의 줄다리기,한 건 올리려는 국회의원들의 압박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최근 잘 아는 통신업체 사장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폭로한 과거의 사안으로 인해 사업의욕을 잃을 정도로 정치권과 검찰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쟁국들이 온갖 좋은 조건을 내걸고 기업을 유치하려고 야단인데 우리는 사회 전체가 나서서 기업 괴롭히기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평택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FTA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막가파식 행동은 그러한 정책으로 피해를 받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좌파 이념투쟁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나 선진화보다는 무언가 반시대적인 투쟁으로 국가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도대체 경제정의,기업 투명성 제고,환경보전 등의 대의명분을 핑계로 자신들의 한풀이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단체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의 행동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커지고 있고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걱정이다.

/안민정책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