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대단히 혼란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의 극단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당측의 양보를 촉구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러다 사학법은 물론 3.30부동산대책 후속 입법과 비정규직 법안 같은 민생 법안마저 처리하지 못한 채 4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사학법은 시급히 재개정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여당측은 일자일획(一字一劃)도 고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지만 사학 전체를 사실상 비리 집단으로 취급하며 자율권을 크게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사학법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을 자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로 인해 위헌소송까지 제기돼 있는 상황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특히 사학법 합의 처리는 여당측이 이미 약속한 사안인데다 한나라당도 개방형 이사제 관련 조항만 수정한다면 국회 정상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놓은 상태 아닌가.

뿐만 아니라 국정 최고책임자인 노 대통령까지 나서 여당측의 양보를 촉구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권고 역시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고 보면 집권여당으로서는 이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여당이 끝내 경직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면 여야 협상이 결렬되고 나아가 당.청(黨.靑) 갈등만 유발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사학법 재개정은 개혁의지의 후퇴로 비쳐져 지지층 이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여당측 염려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점에 매달리기 보다는 국정을 책임있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집권여당의 태도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권한을 위임받은 여당 지도부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학법 타결이 실패할 경우 3.30부동산대책 후속 입법,비정규직 입법,금융산업구조개선법,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 등 수많은 민생법안들마저 처리가 불투명해지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내일이면 임시국회가 폐회된다. 여야는 상생협력의 정신으로 막판 대타협을 도출해 원만히 회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