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1일 세계 노동절(메이데이)를 맞아 100만명 이상이 임금을 인상하고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며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기 위한 각종 시위에 참여했다.

독일에선 기업의 탐욕을 규탄하는 노조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프랑스에선 극우파 지지자들이 잔다르크 동상에서 행진을 벌였으며, 러시아에선 레닌과 마르크스를 찬양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분출되기도 했다.

또 벨로루시와 터키 등의 도시에선 정부의 야당탄압에 항의하거나 반국제화 또는 반미 등 다른 목소리를 내기위한 시위도 전개됐다.

○...유럽연합(EU) 순번제 의장국인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선 노동절을 계기로 야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12만명이 올 가을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세 과시용 시위를 벌였다.

시위 주최측은 지난해 보다 1만명 정도 많은 군중이 빈 도심의 한 광장에 모여 알프레드 구센바우어 사민당 당수와 미카엘 하우에플 빈 시장 등의 연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구센바우어 당수 등은 8%에 달하는 오스트리아의 높은 실업률을 차기 총선의 핵심이슈로 내세우기 위해 볼프강 쉬셀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3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독일에선 노동절 시위에 전국에서 약 50만명이 참여했다고 독일 공영 ARD 방송이 보도했다.

독일 최대 노동조직인 노조총연맹(DGB) 소속 400여개 단위노조가 주최한 이번 시위에서 미하엘 좀머 DGB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의 자본이익을 내기 위한 욕망이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면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이날 약 3천500명의 노동자들이 시내 중심가 비텐베르크 광장에서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전통적인 노동절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폭력사태에 대비해 시내 전역에 6천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으나 올해 노동절 시위는 전날 밤 일부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예년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다고 ARD 방송은 전했다.

독일 경찰은 전날 밤 베를린 중심가에서 벌어진 노동절 시위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마약과 무기를 소지한 35명을 체포했다.

○...프랑스에선 극우정당 국민전선 당수 장 마리 르펜을 지지하는 시위대 3천여명이 잔다르크 동상으로부터 행진을 벌인 후 르펜 당수의 연설을 들었다.

르펜 당수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 극우파들이 "애국적 동맹"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중들은 "르펜을 대통령으로"란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르펜 당수는 앞선 2002년 대선에서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함으로써 프랑스에 정치적 파장을 낳았었다.

○...전통적으로 노동절을 대대적으로 기리는 사회주의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행진이 주요 도시 곳곳에서 다채롭게 진행됐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5만여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정오부터 시내 붉은 광장에서 노동절 축제를 즐겼다.

특히 공산당 지지자들은 레닌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칼 마르크스 동상이 있는 볼쇼이 극장까지 행진을 벌이며 두 지도자를 기렸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스크바는 물론,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주요도시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3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시내 행진을 벌였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벨로루시에선 수도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2천여명이 야당지도자 알렉산데르 밀린케비치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밀린케비치의 부인 인나 쿠레이 여사는 "자유를 질식시킬 수 없고, 죽일 수도 없다"면서 "당국의 어리석은 탄압은 자유의 날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좌파 시위대들이 당국에 제지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과 미국을 규탄하는 노동절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40여명이 체포됐다.

터키 동남부 메르신에서는 화염병 시위를 계획하던 좌파 시위대원 2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보스니아에선 실업자들이 수도 사라예보에서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수년간 40%가 넘는 실업률을 좀처럼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면서 현 정부의 사퇴와 새로운 총선을 요구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