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패배를 걷어내는 바로 그 순간 승리는 시작됩니다.

우리가 10년 아성을 지켜오던 삼성화재를 이겼듯이 여러분도 삼성화재를 꼭 이기시기를 바랍니다."

현대캐피탈을 11년 만에 한국 프로배구 챔피언에 올려 놓은 '코트의 카리스마' 김호철 감독(52)이 최근 하종선 사장 등 현대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강사와 청중 관계를 보면 다소 낯선 모양이었지만 보험업계 2위인 현대해상이 현대캐피탈의 우승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자 개최한 강연이었다.


김 감독은 우선 자신의 배구인생을 소개하는 것으로 얘기를 꺼낸 뒤 2003년 11월 부임 당시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놨다.

"(선수들은) 완전히 타성에 젖어 연습을 하고,그냥 시간만 때우고,밥먹고,자고,빨리 연습 끝내고 애인들과 뭐 먹고,뭐 할까 이런 생각만 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정신 개조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상무팀에게 완패당한 후 저녁도 주지 않고 연습시켰던 일,승부욕을 길러주기 위해 추위와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했던 일,자체 청백전에서 진 팀에 반드시 더 강한 훈련으로 징벌했던 일 등을 소개했다.

이어 자신이 체득한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얘기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더라며 "말로만 지시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늘 선수들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역전패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에게 "한 번은 이긴다.

자신 있다.

비책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물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선 확실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른 감독이 연구할 때도 연구하고,술 마실 때도 연구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0년까지 시장점유율 20%(현재 15.3%)를 달성하겠다'는 현대해상의 비전을 거론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며 "실행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선수와 좋은 학력(훌륭한 인재 지칭)이 있다고 해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했던 현대해상의 한 임원은 "손보업계에서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우리에게 영원한 승자도,영원한 2위도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 강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