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에 이어 글로벌 서비스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이 미국에서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내 기존 망사업자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MVNO)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서비스업체의 미국 진출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만약 SK텔레콤이 이 실험에 성공하면 이동통신서비스는 내수산업이란 국내 고정관념은 보기좋게 깨질 것이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미국에서라면 단번에 글로벌 이미지를 얻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단말기 등의 수출이 덩달아 일어날 수도 있다. 기업으로서도 그렇고,국가경제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글로벌 이동통신서비스회사는 이미 현실이다. 대표적인 영국 보다폰(Vodafone)은 26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지분에 비례해 계산해 봐도 1억5000만명을 넘는다.

또 노르웨이 유·무선종합사업자 텔레노(Telenor)는 11개국의 해외 가입자가 2660만명으로 본국에 비해 10배다. 독일의 자존심 DT의 자회사 T-모바일은 10개국에 진출, 가입자 8183만명에 해외매출 비중은 70%를 상회한다. 특히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미국계 아닌 통신회사로는 유일한 망사업자이기도 하다.

아시아 지역에도 글로벌 이동통신서비스회사들이 있다. 싱가포르 유·무선종합사업자 싱텔(SingTel)은 6개국에 진출, 전체 그룹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특히 호주 지역은 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홍콩 허치슨(Hutchison)도 빼놓을 수 없다. 91년 영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전세계 17개국, 279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서비스회사들을 보면 자국시장에서의 성장 한계가 해외진출의 동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 초과, 영업이익 2조6540억원, 20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자랑하는 국내 1위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도 이 점에선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성장세는 이미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몽골 베트남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한 것도 그런 포석에서 나왔을 것이고 이번 미국 진출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이동통신서비스회사로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현재 몽골에서의 가입자는 9만5000명, 베트남 가입자는 44만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2009년까지 가입자 330만명에 24억달러 매출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수출과 달리 통신서비스의 해외진출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얼마전 보다폰은 일본사업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고 일본시장에서 발을 뺐다. 지역적·문화적 차이는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SK텔레콤이 타깃으로 삼는 미국 젊은층을 과연 공략해 낼 수 있을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아마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서비스회사도 글로벌로 가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SK텔레콤의 미국진출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중국 일본이란 이 동북아 지역에서 10년 후, 아니 넉넉잡아 20년 후 살아남을 통신서비스사업자는 과연 몇 개일지 생각해 보면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