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기준으로 4만원이 넘는 도서지역 여객선 운임이 최고 5000원으로 인하되자 섬지역 경제지도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섬 주민들의 육지나들이 비용이 감소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되고 있는 반면 섬지역 경제는 뭍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또 섬 땅값이 오르고 있고 육지에서 섬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섬 주민에 대해 여객선 운임을 지원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도서지역을 운항하는 모든 여객선 운임의 20%를 지원하고 선사에서 20%를 할인토록 했으며,운임이 5000원을 넘으면 5000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요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거도~목포 간 편도 운임 4만3200원을 비롯 홍도~목포 2만8300원,흑산도~목포 2만2000원을 내야 했던 주민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신안군의 경우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구 4만6000명 중 4만2000명가량이 혜택을 보고 있다.

국토의 최서남단 흑산면 가거도에 사는 주민 박상옥씨(54)는 "육지나들이 한 번에 10만원가량 들어 섬에서만 거의 지냈으나 이제 1만원만 있으면 목포를 다녀올 수 있어 목욕 이발 외식 등을 하기 위한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며 "최근에는 마을 주민들끼리 모여 목포의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놀다 오는 사례도 많다"고 달라진 섬마을 풍속도를 전했다.

이처럼 낙도가 육지와 문턱이 낮아지면서 일부 섬지역 땅값도 강세다.

흑산도의 경우 최근 밭이 평당 7만~8만원,면사무소 인근 택지가 20만원 정도로 10∼20% 올랐다.

예리 상가지구의 경우 평당 500만원이 넘었으나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감소세를 보이던 섬의 주민 수도 늘어나고 있다.

흑산면사무소에는 하루 1~2명꼴로 전입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육지에 살던 800명이 가거도(60명),홍도(30명) 등 섬 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섬주민들의 잦은 육지나들이로 목포와 완도 여수 등 전남지역 항구도시 경제는 활기를 찾는 반면 섬지역 경제는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경제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섬지역의 식당과 소매점 미장원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

흑산면 예리에서 진도식당을 운영하는 조영숙씨(45)는 "주민들이 각종 모임을 목포에서 갖는 경우가 많아 매상이 절반가량 뚝 떨어진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흑산도에서는 상가를 중심으로 "섬경제를 살리려면 섬주민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에게도 할인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산면 사무소 최한웅씨는 "여객선 운임지원제도가 지역주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도 혜택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