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2002년 리비아 시장에 3만4000대의 승용차를 일시에 공급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리비아 자동차 시장에서 단일 물량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이 계약 한 건으로 단번에 리비아 자동차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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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현대차의 리비아 에이전트인 미스터 아킬(Akil).

리비아 최고 지도자인 카다피의 관저 바로 코앞에 수천 평의 농장을 운영할 정도의 신임을 얻고 있는 최측근이자 실력자로 통한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에이전트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에는 트라제 택시 1000대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등 여전히 '큰손'임을 과시했다.

알제리의 현대차 에이전트는 최대 민영기업인 세비탈(CEVITAL) 그룹 총수의 맏아들이다.

세비탈의 연간 매출은 15억달러로 알제리 재계 순위 1위(민영기업) 기업이자 국영·공기업 통틀어 6위에 랭크된 재벌이다.

현대차는 빅 에이전트 덕분에 지난해 알제리에서 2만118대의 승용차를 판매,전년 대비 64%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푸조 르노 폭스바겐 등 북부 아프리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 독일 업체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4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세비탈 그룹은 현대차에 반제품 조립(CKD) 공장을 짓자고 제의할 정도로 현대차 판매에 적극적이다.

올 들어서도 향후 3년간 2만6500대의 중·대형 버스와 트럭 등을 구매하는 계약을 현대차와 체결했다.

총 거래 금액만 5000억원으로 상용차 수출계약 규모로는 가장 큰 '빅딜'이다.

현대차는 이번 계약으로 알제리 상용차 시장 점유율이 30%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종은 현대차 아중동지역본부장은 "현지 에이전트가 진심으로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신뢰감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튀니지 지사의 현지 에이전트인 푸노(FONO)사는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제치고 이 지역에서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푸노사가 2003년 8월 삼성전자와 손 잡은 첫 달 판매한 휴대폰은 고작 200여대 수준.지금은 연간 7만5000대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3%에서 30%로 급등했다.

더구나 노키아의 경우 대부분 대당 가격이 40달러 수준인 저가 모델에만 집중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300달러가 넘는 고가 모델에만 집중하고 있다.

푸노사 관계자는 "튀니지에서 삼성전자는 '히트 모델 컴퍼니'로 통한다"면서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잡게 돼 행운"이라고 기뻐했다.

아프리카 일대에서 플랜트 항만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인 현대건설대우건설 등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현지 인맥을 활용,외국 기업과의 입찰 경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각 국의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 등 정치적 영향력이 큰 VIP는 집중관리 대상이다.

윤성원 주 리비아 대사관 건설교통관은 "과거 인맥과 연고 중심에서 기술과 자금력,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등 수주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며 "브로커에 의존하기보다는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튀니지=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