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 인수를 놓고 이랜드와 경쟁을 벌였던 롯데쇼핑 내부에서 이랜드 계열 패션브랜드의 백화점 매장 퇴출이 거론되는 등 이랜드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한국까르푸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과 관련,인수전에서 롯데를 따돌리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이랜드에 대한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한국까르푸 인수 계약 발표 이후 롯데백화점이 이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냉랭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백화점업계 바이어는 "롯데백화점 바이어들이 '앞으로 주요 점포에서 이랜드 매장은 퇴출될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백화점 바이어들 사이에서 이랜드가 너무 크는데 함께 견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이랜드 계열 여성복 브랜드 EnC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의 역신장을 보이자,이를 빌미로 롯데백화점이 다음번 매장 개편 때 EnC 매장을 다른 여성복업체에 넘길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여성복 브랜드들은 롯데와 이랜드 사이가 서먹해진 틈을 노려 롯데 본점의 EnC 매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이랜드 견제'가 노골화될 경우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에 성공한 '대가'로 패션부문 고급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는 기존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최근 유명 패션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는 등 백화점 입점이 가능한 고급브랜드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고 다른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은 백화점의 자연스런 영업행위"라며 "특별히 이랜드 계열 브랜드를 찍어 견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