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 반가워요

에버원 : 예,안녕하세요. 커피와 홍차가 있는데 뭘 드시겠습니까.

정 장관 : 홍차를 먹고 싶은데….

에버원 : 심부름로봇을 시켜 홍차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정 장관이 만난 '에버원(EveR-1)'은 사람이 아니다.

인조인간 로봇이다.

키 160cm,몸무게 50kg에 인기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꼭 빼닮았다.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감정 표현까지도 가능하다.

국내 처음으로,세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탄생한 인조인간 로봇 에버원이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가야금홀에서 첫선을 보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발표회에 초청된 60여명의 어린이들은 '왕과 비눗방울'이라는 동화까지 들려주는 에버원에 거의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예쁘다…사람이랑 똑 같네…" "걸어다닐 수도 있나요?"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설거지도 하나요?" 어린이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 장관은 "지금은 걸어다니지 못하고 설거지도 못하지만 곧 그런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브(Eve)와 로봇(Robot)을 합쳐 '끊임없이 발전하는 로봇'이란 뜻의 이름을 갖게 된 에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1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탄생한 이 로봇이 세계 첫 인조인간 로봇이라는 일본의 '액트로이드'에 비해 성능면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에버원은 우선 실제 여성의 크기 그대로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 연구진은 초소형 모터를 장착하고 이를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 실제 사람 크기의 인조인간 로봇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에버원 연구진은 이런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했다.

표면도 실리콘 재질로 처리,사람 피부의 감촉을 최대한 살렸다.

에버원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시선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기쁠 때,슬플 때,화날 때 제각각 다른 표정을 지을 줄도 안다.

특히 일본 로봇은 영상인식용 카메라를 외부(안내부스)에 설치했지만 에버원은 안구에 직접 내장했다.

움직임도 훨씬 자연스럽다.

음성과 입술이 동기화돼 말하는 모습도 영락없는 사람이다.

개발을 주도한 백문홍 생산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백화점 박물관의 안내 로봇이나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용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물 인식과 감정 표현을 좀 더 세련되게 하고 하반신을 움직이는 제2의 에버원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