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식을 즐긴다.

소 내장,순대나 허파 삶은 것,돼지 머리고기의 귀,닭의 볏과 발에 이르기까지 다 잘 먹는다.

결혼하자마자 시댁에서 맛본 개고기도 빠질 수 없다.

탕이나 전골보다 수육을,살코기보다 껍질을 더 선호한다.

돼지족발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부드럽고 살이 허벅거리지 않는 깊은 맛이라니!

특히 집에서 끓여 먹는 개장국은 별미다.

요리라고 해 봤자 큰 들통이나 가마솥에 고기를 덩어리째 넣고 예닐곱 시간 푹 삶는 게 전부.흠이라면 비싸다는 점이다.

한 근이 600g인 쇠고기 돼지고기와 달리 야채처럼 375g을 사용하는데,여름엔 근당 가격이 1만원이 넘는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가 에세이집 '참하고 소박한 우리 밥상 이야기'(황금가지)에 소개한 여과 없는 입담이다.

먹거리를 좋아해 '먹미'라는 별명이 붙은 저자는 자신의 음식 취향과 요리 체험,옛 맛의 추억들을 재료로 토종 냄새가 물씬한 큰 상을 차려냈다.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도전해 성공한 청국장 발효 노하우,회로 먹고 무쳐 먹고 부쳐 먹고 튀겨 먹고 남는 것은 국거리로 활용하는 굴 조리법,소금에 절여 굽기만 해도 기름이 자르르 도는 가을 갈치 선별요령 등 절대미각을 뽐낼 수 있는 방법을 선보인다.

장,김치,젓갈은 물론 막걸리,청주,맥주도 직접 만듦으로써 그윽한 어머니 손맛까지 느끼게 해 준다.

'먹는 것에 목숨 건다'는 개성 사람과 화려한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전북 여인의 딸로 부산 '묵돌이 집안' 출신 남편을 둔 저자.예의 '음식 밝힘증'을 참지 못했는지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였고 맛있는 음식 재료들이 눈에 삼삼했단다.

332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