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산둥성에서 규사를 유리 원료로 가공하는 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8년 전에 세워진 이 공장은 유리 원료를 한국에 대부분 수출해 왔으나 최근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중순 규사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급작스레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행일자를 5월1일로 못박기까지 했다.

A사는 물론이고 중국산 규사를 수입해온 한국의 유리 및 주물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지난해 중국산 규사 수입액은 1430만달러로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요되는 규사의 30% 정도가 중국산이어서 이를 원자재로 쓰는 해당 업계로서는 청천벽력이었던 셈이다.

해당 업계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SOS'를 쳤고,대사관측은 중국측과 협상에 들어갔다.

대사관측은 외국기업 사업에 큰 피해를 주는 사안을 충분한 예고 기간없이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고 중국 당국도 결국 한발 물러 섰다.

새 시행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행을 연기하기로 한 것.

대사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의 규사 수출 금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원부족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댄다.

문제는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 미칠 리스크다.

동종 업계라도 리스크가 회사마다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유리업계 양대 기업중 하나인 B사는 중국산 규사에 의존한 반면 경쟁사인 C사는 호주산을 주로 수입해 속을 태운 건 B사였다는 후문이다.

규사를 수입하는 한국의 전자부품업계는 중국산 비중이 적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올인'하는 업체일수록 노출되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다.

중국의 규사 수출금지 조치는 전 세계의 자원 국유화 움직임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특정 국가와의 교역이나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자원확보 다원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