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웅 주알제리 대사는 지난해 9월11일 현지 부임 5일 만에 알제리 정부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한국의 압축성장 경제발전모델에 빠져있던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한국대사가 바뀌었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대통령 관저로 들어와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외교관례상 신임장 수여에 걸리는 시간은 한 달여 정도. 알제리 외교가에서는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신기록이라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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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 당시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직접 환대했고 전 일정을 손수 챙겼다.

환송시에는 같은 승용차로 공항까지 이동하며 밀담을 나누는 등 친분을 표시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최근에도 "국가 경제가 선진국에 예속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선진기술을 도입해 자력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도 알제에서 동쪽으로 300km가량 떨어진 스키다 지역의 국영 폴리에틸렌 공장을 2004년 한국 기술진들이 투입돼 단번에 정상화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알제리는 1970년대 풍부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중화학 공업 육성책을 펼쳤다가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국영기업이라는 낙후된 지배구조와 자국 수요중심의 생산,판매는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가동이 멈춘 공장에 불과 30여명의 한국 기술진만이 투입돼 재가동을 시킨 것은 물론 설비운영과 관리까지 맡고 있다.

알제리 투자유치청(GAFI)의 사피아 쿠이에 수석연구부장은 "한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한 지 30년도 안돼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을 키워냈다"며 "어느 나라가 한국을 닮지 않고 싶어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 기업의 저력을 확인한 알제리의 한국배우기 열풍은 양국 간의 전면적 교류협력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8일 한국 대표단이 알제리에 들어가 전반적인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60여명의 정부·민간 합동 대표단이 알제리를 찾을 계획이다.

알제리의 한국 정부에 대한 경제협력 요청은 건설 플랜트는 물론 조선 철강 정보통신 자동차 전자 기계 농업 수산 방산 등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개발과 원유 가스 프로젝트와 1200여개 국영기업의 민영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며 끊임없는 구애를 보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자원 확보와 함께 알제리를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주알제리 대사관의 이태원 참사관은 "알제리는 자원과 시장을,한국은 기술과 자본에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여서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제(알제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