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예정지를 강제집행하면서 설치한 철조망이 하루만인 5일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에 의해 뚫렸다.

이 과정에서 기지이전 반대측과 철조망 내부에 있던 병사들이 충돌해 병사 10여명이 다쳤으며 이 중 2명은 안면과 팔 등에 심한 부상을 입어 군 헬기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민주노총과 한총련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3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50분께 평택 신흥리에서 대추리 방향의 철조망을 절단한 뒤 내부로 진입,기습시위를 감행했고 이를 막던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는 30분이 지난 오후 5시20분께 철조망 밖으로 빠져나갔으나 오후 6시40분께 1천200여명이 다시 반대쪽 철조망 20여곳을 뚫고 철조망 내부로 진입했다.

군 장병들은 이들의 진입을 막다가 일부 시위대가 휘두른 목봉에 맞아 10여명이 다쳤으며 이 중 눈 부위에 심한 상처를 입은 병사와 팔이 부러진 병사 등 2명이 긴급 투입된 UH-1H 헬기에 실려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시위대는 철조망 내에 장병들이 숙영하던 텐트와 임시초소 수 개를 부수기도 했으나 장병들은 아무런 호신용 기구도 갖추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시위대를 막아섰다.

군 헌병대는 이 과정에서 8명의 시위대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으며 시위대는 오후 7시20분께 철조망 외부로 모두 빠져나갔다.

군은 현장 채증을 통해 폭행자와 철조망 절단자 등을 가려내 폭행과 시설물 훼손 등의 혐의로 의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또 경찰 저지선이 뚫리면서 군과 시위대가 직접 접촉했다고 판단,경찰병력 일부를 철조망 내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후 9시 현재 700여명의 학생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추리 평화공원에 모여있으며 이들은 6일 오후 2시 다시 이 곳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경찰은 당초 49개 중대에서 10개 중대를 추가 배치했다.

앞서 민주노총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1천2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본정리 본정농협과 계양삼거리 등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3시간여동안 걸어 대추리마을로 진입해 평택 범대위 측과 합류,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를 마친 시위대들은 대추리 황새울 들녘으로 행진하며 시위를 계속하면서 이 일대에 쳐진 철조망 여러 곳도 절단기로 잘라냈으며 평택 K-6(캠프 험프리스)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대추.도두리에 설치된 철조망을 훼손하고 미신고 집회를 벌인 등혐의로 한총련 소속 학생 등 70여명을 연행했다.

경찰 연행이 시작되자 대추리로 진입했던 시위 참가자들 중 일부는 마을에서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곳곳에 산개해 숙영을 한 뒤 6일 또다시 기습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범대위 측은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투쟁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