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자리잡은 하버드대.미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이 대학은 내년부터 건설할 올스톤 캠퍼스에 1만4000평 규모의 연구동인 '사이언스 컴플렉스'를 짓는다.

이 연구동을 주로 활용하는 의 주력 분야는 다름아닌 줄기세포 연구센터다.

이에 따라 현재 본교에서 운영중인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가 옮겨가면 이 연구센터는 명실공히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메카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줄기세포는 난치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큰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더글라스 멜턴 소장(분자세포생물학 교수)은 하버드대의 대규모 줄기세포 연구센터 건립 계획에 대해 이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2004년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40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하버드 의대,하버드 소아병원,조슬린당뇨병센터,다나파버암연구소 등 2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기관이다. 600여명의 연구진이 각 기관에서 배아와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활발히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연구진만 200여명에 이른다. 올 들어 80여건의 주요 연구성과를 세계적 저널에 발표했다.

"감염성 질환과 달리 치매 같은 퇴행성 질환이나 당뇨병,암 등에는 수많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을 완전히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멜턴 교수는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퇴행성 질환을 비롯해 당뇨병이나 심폐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큰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치매의 발병 원인을 알려면 한 사람을 대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치매에 걸리기 까지 대략 60여년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병든 세포와 그의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비교하면 치매 발병 과정을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병을 늦출 수 있는 신약 발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실제 치료도 이런 퇴행성 질환과 당뇨병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는 이에 따라 퇴행성 질환과 당뇨병,심폐질환,암 등 4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 질병 가운데 멜턴 소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당뇨병이다. 그는 "줄기세포가 어떻게 특정한 세포로 분화하는지를 연구 중"이라며 "배아줄기세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로 분화하는데 그 중 반은 알아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1~2년은 아니지만 10년 안에는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실제 적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멜턴 소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 사건 때문에 세계 줄기세포 연구가 늦춰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젊은 과학자들이 이 분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논문을 보면 미국에 이어 영국 캐나다 한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호주 등이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도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 조건으로 그는 다양한 연구 분야와의 협력을 첫 손에 꼽았다. 바이오 엔지니어링,생화학,유전학,바이오정보학,의학 등 아주 많은 연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월 200여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 진행상황을 논의한다"며 "병원들과의 연계가 잘 돼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천성 당뇨병에 걸린 아들을 둔 그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줄기세포 연구에 전념하게 됐다"며 "줄기세포의 가능성 자체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케임브리지=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