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판'에는 유독 서울고등학교 출신들이 많다.

노동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에서 부터 노동법, 노동경제,노사관계 등을 전공한 학자,노동 관련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사,노동조합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폭 넓게 포진해 있다.

이들 서울고 동문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노동판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자 한 때 ‘서울마피아’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바로 이 서울고 동문 노동가족들이 모인 곳이 서로회(서울고와 노동을 줄인말)이다.


서로회는 노사분규가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 결성됐으며 매년 3∼4차례 모여 노동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국내 노사관계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회원은 모두 30여명.입시경쟁세대인 28회(76년 졸업) 이상으로만 짜여져 있어 사회적으로는 중진·원로급이다.

장영철 총무(경희대 경영학과 교수·24회)는 "서로회는 당면 과제들을 의제로 올려 놓고 때로는 난상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노사관계의 발전적인 길을 모색해 왔다"며 "고교 선후배들의 모임인 탓에 핵심 쟁점을 놓고 격론을 벌일 때에도 분위기가 경색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장관급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오른 김유성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12회·1960년 졸업)와 전임 신홍 위원장(10회)이 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또 노동연구원장을 지낸 김대모 중앙대 교수(13회),현재 서로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광정 장안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15회),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18회),노동교육원장과 노사정위 상임위원을 거친 이선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장(20회),노동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김원배 노사정위 상임위원(20회),노동부 차관을 지낸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22회) 등 지도급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김&장 소속의 현천욱 변호사(24회)는 노동 분야에서 간판급 변호사로 평가받고 있다.

서로회 멤버는 학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김대모 교수,박세일 교수,이선 원장,장영철 교수 외에도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25회),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27회),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27회),윤조덕 한국노동연구원 산업복지센터 소장(20회),황규대 성균관대 교수(24회),장현준 이대 교수(23회),방하남 노동연구원 연구원(27회) 등이 강단과 각종 노동 관련 학회 등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계에는 한국노총 정책실장을 지낸 원정현 국제노동재단 사무총장(20회)과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27회) 2명이지만 정책브레인으로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정부쪽에는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26회)과 노동부 능력개발심의관을 지낸 백종면 강원도 부교육감(27회)이 현직으로 활동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천욱 김광정 변호사 외에도 안명기 변호사(4회),이재후 변호사(10회),김원정 변호사(28회) 등이 집단적 노사관계 등에서 변론을 맡으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서로회가 노동쪽에서 막강한 인력풀을 형성하다보니 정부의 노동관련 요직 인사 때마다 본의 아니게 서로회 멤버끼리 경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끔 인사를 전후해 서로회 내부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문이란 울타리 안으로 다시 들어와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선후배 간 우의를 다진다.

최근 김유성 교수가 중노위 위원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서로회 멤버들이 축하자리를 마련해 동문 간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박영범 교수는 "학계 관계 노동계 법조계 등 서로 입장이 다른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여 속내를 터놓고 의견을 나눌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회는 국내 노사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서로회는 앞으로 노동계 법조계 학계 등에 있는 '젊은 피'를 끌어들여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