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아저씨 같은 수수한 용모,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재담,속내가 훤히 보이는 잔꾀,눈웃음과 미소를 달고 다니는 친근감.

이문식은 흥행영화 '황산벌''달마야 놀자''공공의 적' 등에서 '유쾌한 감초배우'로 이미지를 굳혔다.

그가 '만년 조역'꼬리를 떼고 처음으로 공동 주역으로 나섰던 '마파도'의 비리형사역도 유사한 캐릭터였다.

그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한 코미디 영화 '공필두'(감독 공정식)도 유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쉽게 다가설 것이란 기대감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나홀로 주연'이란 중압감 탓인지,그의 장점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특유의 재기발랄함은 시들해졌고,코믹배우라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졌다.

배우의 개인기보다 상황극으로 웃음을 포착하려는 연출의도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에피소드들은 익숙한 것들이고 이야기 흐름도 예측하기 어렵지 않아 신선감이 떨어진다.

이야기는 무능한 형사가 어쩔 수 없이 소동에 빠져 들어 우여곡절 끝에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공필두는 한때 유망한 아마레슬러였지만 경찰에 특채된 후 업무능력 부족으로 좌천된 인물.

사생활에서도 빚보증을 잘못서 재산을 날리고 설상가상으로 홀아버지의 수술비를 구하려다 '유혹의 덫'에 걸리고 만다.

금괴밀수조직 하수인의 꾐에 빠져 비리형사로 오인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함정에 빠지고 탈출하는 방식은 일찌감치 관객들에게 노출된다.

당연히 이야기가 지루해졌다.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슬랩스틱코미디적인 요소도 진부하다.

가령 공필두가 홀로 현행범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권총을 꺼내려는 찰라,권총을 빠뜨린 것을 알게 된다.

권총이 없는 그가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겪어야 할 수모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이문식의 연기는 곤경에 처한 상황에는 어울리지만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절제된 연기가 항상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특유의 재담과 유머를 견지했더라면 오히려 극의 전개에 활기를 불어 넣었을 것이다.

이문식의 캐릭터가 밋밋해지는 바람에 김수로 변희봉 김뢰하 김수미 등 일급 조연들의 열연도 빛이 바래고 말았다.

1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