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강하다'는 '고감도 디카' 바람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도 거세다.

예전엔 디지털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를 비롯한 고성능 디카만 감도가 높았지만 요즘에는 콤팩트 디카의 감도가 쑥쑥 올라가는 추세다. 감도가 높으면 빛의 양이 적어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밤이나 조명이 약한 상황에서 유리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콤팩트 디카는 감도의 기준인 ISO가 400 안팎인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후지필름 올림푸스한국 소니코리아 등이 ISO 1000이 넘는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달 중순께는 ISO 3200의 고감도 콤팩트 디카도 나온다.

감도는 이제 디카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새로운 요소로 등장했다.

흔히 사람 눈의 감도는 ISO 6400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DSLR급 디카 중에서는 ISO 3200이,콤팩트 디카에서는 ISO 1600이 감도가 가장 높다.

후지필름과 올림푸스는 각각 ISO 1600대 제품을 팔고 있고,소니는 최근 ISO 1250 제품(사이버샷 W100)을 내놓았다.

후지필름은 이달 중 ISO 3200을 지원하는 고감도 콤팩트 디카 '파인픽스 F30'을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직사각형이 아니라 팔각형인 고체촬상소자(CCD),일명 '수퍼허니컴 CCD'를 탑재하고 있어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630만 화소급 제품이다.

올림푸스도 빠르면 올 하반기 중 ISO 3200짜리 콤팩트 디카를 내놓을 계획이다.

콤팩트 디카가 유난히 어둠에 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진보인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세계 카메라 시장 1,2위 업체인 캐논·니콘과 국내 1위 업체인 삼성테크윈은 아직 '감도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캐논은 ISO 400대 제품만 판매하다가 최근에야 ISO 800을 지원하는 콤팩트 디카 제품군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익서스 800IS',익서스 65,익서스 60,파워샷 A700,파워샷 A540 등이다.

니콘과 삼성테크윈은 콤팩트 디카에서도 아직까지 ISO 40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 하반기 이후부터 ISO 1000 이상의 고감도 디카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들이 감도 경쟁에 늦게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해당 업체들은 한결같이 '화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든다.

감도가 높아지면 화면에 노이즈(줄이 가거나 뿌옇게 되는 현상)가 생기기 때문에 ISO가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니콘 관계자는 "감도만 높일 게 아니라 노이즈를 줄이고 손떨림 방지 기능도 개선해야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후지 올림푸스 소니 등 '고감도 진영'은 노이즈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디카 시장의 '고감도 바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