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랠리가 좀처럼 식을 조짐을 보이지 않자 풍부해진 여윳돈을 바탕으로 증시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단순투자' 목적으로 일반 법인이 주식 매입이나 증자에 참여해 타법인 지분을 5% 이상 사들인 사례는 19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경영 관련성 없이 투자된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 주로 동종업체 주식에 투자

기업들의 투자는 주로 동종업체나 거래 관계에 있는 업체에 집중된다.

마니커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 도드람비티가 이 회사 지분 15.74%를,2월에는 대전멕시칸이 5.00%를 각각 사들였다.

도드람비티와 대전멕시칸은 마니커로부터 육계를 공급받는 업체들이다.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는 자회사인 일룸을 통해 가구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하츠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을 10.21%까지 늘렸으며 4월 말에는 에넥스 지분 5.42%를 매입했다.

벅스도 3월 말 거래 관계에 있는 만인에미디어의 지분 9.66%를 사들였다.

만인에미디어는 벅스에 음원을 공급하는 업체다.

이 밖에 다날이 티엔터테인먼트 지분 8.80%를 사들였으며 건설업체인 한대는 대우자동차판매 7.55%를 매입했다.

엠텍반도체매커스로부터 자회사인 씨티전자 지분을 사들이면서 매커스의 투자를 받았고 인티큐브는 로커스의 증자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증시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기관투자가를 제외한 기타법인은 최근 12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가는 등 올 들어서 54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 중 투신권에 이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이는 일반 법인들이 자사주 매입 물량 외에도 '사자'에 나선 까닭이다.

◆ 주가에 호재로 작용

관련 업체의 지분 투자는 주가에 대체로 호재다.

우선 단순투자에도 불구하고 M&A(인수·합병) 루머로 연결되는 사례가 잦다.

최근 에넥스와 마니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니커의 지분을 샀던 도드람비티는 M&A 소동으로 거래처인 마니커와 관계가 불편해지자 지분 일부(6.25%)를 되팔아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투자 따라 하기에 대해서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업체가 경영진의 단독 판단으로 지분 매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