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펀드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연초 증시가 조정을 받은 여파로 4월에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소폭 감소하는 등 침체 분위기였지만 최근 코스피지수가 1450 선을 오르내리는 강세를 보이자 설정액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또 해외펀드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해외펀드 상품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펀드 전문가들은 증시가 중장기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펀드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500 선을 넘어설 경우 펀드로의 자금유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해와 같은 펀드열풍이 다시 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펀드 급부상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4월 말에 34조7070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보다 1330억원 줄어든 규모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월간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증시가 지난 1~3월에 조정을 받으면서 박스권에 갇히자 거치식펀드 위주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2개월 가까이 34조원대에서 발목이 잡혀있던 주식형펀드 잔액은 이달 들어서 35조원대로 올라섰다.

김상백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4월만 해도 코스피지수가 연초 수준을 회복하자 펀드환매 신청이 늘었지만 5월 들어 환매요구가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 들어 해외펀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해외자산에도 분산투자하는 것이 펀드투자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펀드와 해외 운용사가 들여온 역외펀드는 4월 말 현재 17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해외투자 자금이 7조원 이상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어 상반기 중에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별로는 주식형의 경우 올 들어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가 수익률 상위권에 대거 올라 눈길을 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설정액 5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 중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이 연초 이후 14.09%의 수익률을 기록해 수위를 차지했다.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11.46%) '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11.14%) '한국삼성그룹주식형자(B)'(9.82%) 등도 나란히 3∼5위에 올랐다.

'CJ카멜레온주식1'(11.67%)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주식'(9.28%) 등도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반기에는 성장주 펀드 유망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펀드투자가 여전히 유망한 것으로 전망했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적립식의 경우 최소한 3년 이상 가입한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6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지수 상승기에는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높게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형별로 분산할 경우에는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를 성장형에 넣고 나머지를 가치형펀드와 해외펀드에 3 대 2 비율로 나눌 것을 권했다.

박 팀장은 "6월부터 특정 업종의 지수를 추종하는 섹터 주가연계펀드(ETF)가 선보이는 만큼 하반기에는 섹터 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1500 선에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짜되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 중소형주 등 스타일별로 자신의 성향에 맞게 적절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해외펀드의 경우 '묻지마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백 본부장은 "해당 국가의 시장전망에 대한 확신 없이 유행에 휩쓸려 해외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분산차원에서 해외상품에 자금 일부를 넣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가령 적립식펀드를 해지하고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식의 투자는 곤란하다"고 충고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