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자들이 신규 매입을 자제해왔던 수준을 넘어 보유 중인 토지 아파트 상가 등을 점차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다.

각종 세금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향후 투자수익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이제 부동산 투자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다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그동안 관망세를 보여오다 일부 주택 매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는 것이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의 전언이다.

○종부세·양도세 의식

9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부자들은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가 다음 달 1일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점을 의식,이전에 보유 물건을 서둘러 팔려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씨티은행 이건홍 압구정씨티골드지점장은 "일부 다주택 보유자들은 일단 매도 결심을 굳힌 만큼 종부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빨리 팔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점장은 "올초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단기 급등에 대한 불안감도 일부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실제로 요즘에는 아파트를 추가 매수하려는 고객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남권에선 종부세보다 양도세 부담이 훨씬 많아 내년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에 매도하겠다는 부자들이 적지 않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부유층 고객들은 종부세보다 양도세에 훨씬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공급부족에 따라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승추이를 보면서 연말쯤 매도하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부유층들은 부동산 투자 대신 금융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고금리 특판예금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성엽 하나은행 분당백궁지점장은 "부동산시장이 주춤해지자 최근 들어서는 은행 예금이 늘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고금리 특판예금과 함께 주식형펀드와 특정금전신탁 등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임찬희 기업은행 여의도한국증권지점 PB팀장은 "아파트 토지 상가 등의 경우 매수보다 매도 상담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시에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당분간 은행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언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은 "일부 고객들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를 찾고 있지만,기대수익을 맞출 수 있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