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과 달러당 원화 환율 폭락,글로벌 경쟁 격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산업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경영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대기업들은 최근 환율 하락 여파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협력업체 지원을 오히려 늘리며 동반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소기업들 역시 해외시장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대기업들의 실상을 고려해 생산성 향상과 납기 준수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오는 24일 청와대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이 회의 참석자는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과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총수들,다양한 업종에 걸친 중소기업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과 12월에 이어 세번째로 열리는 이번 상생협력 회의에서는 참석 범위를 종전의 10대 그룹에서 30대 그룹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기업 역할론'을 수시로 강조해온 점에 주목,이번에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삼성 현대자동차 등 재계 선도기업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바빠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그동안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상생경영 전략을 올해부터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경영자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주요 계열사들의 유휴·중고 설비를 저렴한 가격에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0년까지 총 15조원을 관련 지원금액으로 투입키로 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중소기업 협력 업체 부품대금 전액 현금 지급 △대기업 협력업체 어음기일 120일에서 60일로 단축 △협력 업체 품질육성기금 500억원 조성 및 교육훈련ㆍ정보화 지원 확대 △지속적인 상생협력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담팀 신설 등이 포함돼 있다.

LG전자도 협력사들이 2007년까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통해 사업본부별 국내 생산계획을 공유해나갈 예정이다.

SK그룹은 최근 '행복동반자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 결제를 대폭 확대하고 결제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와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SK해운,SK가스,SK E&S,SK C&C,SK인천정유 등 17개 계열사들이 100% 현금결제에 나설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도입한 '베네피트 셰어링(Benefit Sharing·성과공유)'제도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 제도는 협력업체와 함께 6시그마 기법을 활용해 개선과제를 수행하고 그 성과를 일정 기간 공유하는 선진 구매방식이다.

공급사는 체질 개선을,포스코는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과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경영 못지 않게 중소기업 간 상생경영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터보테크의 이동훈 사장은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렸던 상생 간담회 이후 협력업체들 간 결제관행도 바뀌고 있다"며 "1차 협력사보다 자금 사정이 더 어려운 재하청업체들에도 상생경영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