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배경과 파장] (3) <끝> 글로벌 달러약세는 이제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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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적자로 약달러 현상이 심화될 경우 자칫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미(對美)흑자국인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통화가치를 올리거나 인위적으로 미국 상품을 더 들여다 써야 한다.
하지만 대미 흑자국들은 자국의 입장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과 일본을 압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소극적이다.
일본은 달러당 110엔 선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추가 절상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3∼4년 동안 상당한 환율 하락을 감내했으면서도 여전히 통화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통화가치 조정만으론 한계
세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중국 일본 독일 등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중국 등의 소비자가 돈을 더 많이 써야 하는데,이는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재정으로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입 확대와 수출 감소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통화가치 조정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중국과 일본은 통화가치가 급격히 절상(환율 하락)될 경우 경제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까지 받고 있는 중국은 환율하락시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져 금융기관 부실 문제로까지 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장원링(張蘊嶺)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위안화가 20%가량 절상돼도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달러자산 투매
환율조정 문제가 원활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달러 매물이 쏟아지면서 '달러가치 붕괴'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등 비관론자들이 제기했던 시나리오다.
달러자산을 내다파는 투매도 문제지만,미국 국채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는 소극적인 행동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더 이상 조달하지 못하면 막대한 수입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무역적자를 인위적으로라도 줄여야 한다.
○아시아통화 이미지 벗어나야
세계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을 막기 위해선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어느 정도 환율 하락(가치절상)을 용인하되 각국의 경제 체질을 감안해 조정폭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리한 환율개입 정책실패 등의 여파로 외환시장을 방치해왔다.
이미 2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만큼 환율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2003년 말과 비교하면 원화환율은 1192원60전에서 929원60전으로 가치가 28% 절상(환율 하락)됐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 중 엔·달러환율이 106.92엔에서 111.04엔으로 절하(환율 상승)됐고,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8.277위안에서 8.017위안으로 3.2% 절상(환율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이 2003년 말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2002년 말과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27.2% 절상된 반면 엔화는 6.9%,위안화는 3.2% 절상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통화'범주에 속한 채 무차별 난타당하고 있다.
한국 원화는 2000년대 들어 유로(2002년 말 대비 21.9% 가치상승)와 캐나다달러(30.4%),호주달러(43.4%) 등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들 국가와 함께 일본 중국에 '환율 하락(가치 절상)'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한·중·일 공조(共助)'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해법을 제시했다.
한·중·일 공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절상 압력의 빌미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본 엔화.중국 위안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적극 알리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약달러가 대세라면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원.엔 환율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국내의 넘치는 달러화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외투자 규제를 풀고 관련 외환관련 규정도 서둘러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미(對美)흑자국인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통화가치를 올리거나 인위적으로 미국 상품을 더 들여다 써야 한다.
하지만 대미 흑자국들은 자국의 입장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과 일본을 압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에 소극적이다.
일본은 달러당 110엔 선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추가 절상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3∼4년 동안 상당한 환율 하락을 감내했으면서도 여전히 통화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통화가치 조정만으론 한계
세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중국 일본 독일 등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중국 등의 소비자가 돈을 더 많이 써야 하는데,이는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재정으로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입 확대와 수출 감소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통화가치 조정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중국과 일본은 통화가치가 급격히 절상(환율 하락)될 경우 경제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까지 받고 있는 중국은 환율하락시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져 금융기관 부실 문제로까지 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장원링(張蘊嶺)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위안화가 20%가량 절상돼도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달러자산 투매
환율조정 문제가 원활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달러 매물이 쏟아지면서 '달러가치 붕괴'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등 비관론자들이 제기했던 시나리오다.
달러자산을 내다파는 투매도 문제지만,미국 국채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는 소극적인 행동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더 이상 조달하지 못하면 막대한 수입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무역적자를 인위적으로라도 줄여야 한다.
○아시아통화 이미지 벗어나야
세계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을 막기 위해선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어느 정도 환율 하락(가치절상)을 용인하되 각국의 경제 체질을 감안해 조정폭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리한 환율개입 정책실패 등의 여파로 외환시장을 방치해왔다.
이미 2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만큼 환율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2003년 말과 비교하면 원화환율은 1192원60전에서 929원60전으로 가치가 28% 절상(환율 하락)됐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 중 엔·달러환율이 106.92엔에서 111.04엔으로 절하(환율 상승)됐고,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8.277위안에서 8.017위안으로 3.2% 절상(환율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이 2003년 말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2002년 말과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27.2% 절상된 반면 엔화는 6.9%,위안화는 3.2% 절상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통화'범주에 속한 채 무차별 난타당하고 있다.
한국 원화는 2000년대 들어 유로(2002년 말 대비 21.9% 가치상승)와 캐나다달러(30.4%),호주달러(43.4%) 등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들 국가와 함께 일본 중국에 '환율 하락(가치 절상)'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한·중·일 공조(共助)'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해법을 제시했다.
한·중·일 공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절상 압력의 빌미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본 엔화.중국 위안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적극 알리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약달러가 대세라면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원.엔 환율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국내의 넘치는 달러화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외투자 규제를 풀고 관련 외환관련 규정도 서둘러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